멈춰진 시간사이로 들어가보는... 영주 죽령옛길
출발하기전부터 비가 엄청 쏟아졌습니다.
태풍이 중부에서 남부지역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숲기행 가는 코스와 마주쳤습니다.
몇몇분에게 문의전화가 왔지만, 정해진 약속이였기에 강행하였습니다.
죽령옛길은 경북 풍기읍과 충북 단양읍을 이어주는 길로서, 사서에 기록되어있는 가장 오래된 길이라고 합니다.
죽령옛길은 희방사역(현재 소백산역)에서 시작됩니다.
역사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꼭 유치원 건물같이 소담스럽습니다.
간이역인 희방사역은 분주해야 할 주말에도 한적하기만 합니다.
간이역안에 짚신 두짝이 있습니다.
길은 둘이 걸어야 제 맛인가 봅니다.
역사 야외휴게소에서 비를 피하며, 옛길로 들어갈 준비와 짧은 휴식을 가집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길입니다.
머리 위로는 서울로 올라가는 중앙고속도로가 보입니다.
비가 많이 와서 물길이 폭포가 되었습니다.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졌습니다.
곧게 뻗은 나무들은 낙엽송입니다. 봄부터 여름에는 이렇게 나무잎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주고
가을에는 낙엽을 밟으며 사색하기 좋은 길이 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문헌에 의하면 죽령옛길에는 4개의 주막이 있었다고 합니다.
주막이라도 있으면 쉬었다가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숲길을 지나 죽령 고개 정상으로 올라가기 전에 제법 경사진 고개가 나옵니다.
몇몇분들이 여기서 많이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러나 깔딱고개만 넘으면 정상이라고 서로 힘내라며 응원하면서.......
죽령옛길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소백산 제2연화봉과 도솔봉이 이어지는 잘록한 지점에 자리한 해발 689m의 죽령고개는
문경새재 추풍령과 함께 영남지방과 가호지방을 연결하는 3대 관문중의 하나입니다.
오랜 역사 만큼 죽령은 역사 속 격전장이기도 했습니다. 고대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의 국경으로 신라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답니다. 삼국사기에 고구려 영양왕 1년(서기 590년) 명장 온달(溫達)장군이 왕께 자청하여 군사를 이끌고 나가면서 "죽령 이북의 잃은 땅을 회복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등의 기록으로 보아 당시 죽령이 얼마나 중요한 요충지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청운의 뜻을 품은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기 위해 이 길에 올랐고 공무를 띤 관원, 온갖 물산을 유통하는 장사꾼들도 사시사철 죽령 고갯길을 이용했습니다.
이 처럼 많은 사람들이 죽령 고갯길을 이용하는 만큼 길 주변에는 길손들의 숙식을 위한 객점과 마방들이 늘어 있었다고 합니다. 1910년대까지도 경상도 동북지방 여러 마을이 서울 왕래를 위해 모두 이 길을 이용했었지만 철도와 고속도로가 놓이며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