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천년고찰, 시원한 폭포수 - 치산계곡
팔공산(1192m) 하면 흔히 대구에 있는 명산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팔공산은 대구뿐 아니라 칠곡, 군위, 영천, 경산 등에 걸쳐 있다. 산이 높고 산자락이 넓은 덕택에 골짜기도 여러 개 있다. 그 중 가장 때묻지 않은 자연미를 보여주는 곳이 팔공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영천시 신령면의 치산계곡.
계곡 아래 치산리 마을과 치산저수지 사이에는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잘 닦여 있다. 저수지 바로 아래에는 영천시에서 치산관광지 개발사업 일환으로 조성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을 지나면서부터 비포장 산길이 이어지는데, 치산계곡의 진면목을 감상하려면 적어도 수도사를 지나야 한다.
치산저수지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도사는 신라 진덕여왕 14년(647)에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천년고찰이다. 창건 당시에는 금당사라 불렸다가 큰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세워진 뒤 수도사라 명명됐다. 하지만 괘불탱화(보물 제1271호) 이외에는 눈길을 끌 만한 문화재도 별로 없고, 고찰다운 예스러움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수도사를 뒤로하고 상류 쪽으로 오를수록 계곡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각종 활엽수와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숲도 좋고, 유리처럼 맑은 계류가 흐르는 소와 웅덩이도 시원스럽다. 게다가 계곡 내에는 갖가지 형상의 바위와 널찍한 반석이 많아서 탁족을 즐기기 좋다. 물가의 울창한 솔숲에서는 야영도 가능하다.
수도사에서 계곡을 따라 1.6km 가량 올라가면 팔공산의 여러 폭포 가운데 가장 낙차가 크고 수량도 풍부한 3단 폭포를 만난다. 그러나 웅장함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멋을 풍기는 폭포이다. 이 폭포 주변 풍광이 총 6km에 달하는 치산계곡에서 가장 수려하다.
팔공폭포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팔공산 능선의 신령재를 너머 동화사까지 갈 수 있다. 오른쪽 길은 진불암으로 이어진다. 진불암은 고려 문종 때 혼수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인데, 팔공산 연봉(連峰) 중 하나인 동봉과 염불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치산계곡 입구에서 팔공폭포까지는 비포장 찻길이 있지만 길이 비좁아서 마주 오는 차와 교행하기도 불편하고 흙먼지 때문에 다른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므로 가급적이면 느긋하게 걷는 게 좋다.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영천IC→영천(28번 국도, 군위 방면)→신령 사거리(좌회전, 919번 지방도)→치산리→치산계곡
출처 : 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