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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10-04-21

    내연산 풍광이 그렇게 멋진 줄 몰랐어요!!!

본문

꽃이 피니 봄이라는 말씀 기억합니다.

봄이면 떠올리곤 했던 말씀인데도

올 봄에 더 절실히 뇌리에 각인되는 이유는 뭘까요?


휘적휘적, 차가운 봄바람에 오스스 떨면서 집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 남짓 전철을 타고 양재역 밖으로 나서니

저만큼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입니다.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들임이 확인됩니다.

1년 만에 만났다면서, 잘 지냈느냐고 서로를 인사 건네주심에

눈물이 쏙 솟아나네요. ㅎㅎ


경북 영덕 풍찻길은 자연환경 훼손이 심해

숲이라 할 만한 자취를 찾기 어려워 장소를 살짝 이동했습니다.




내연산 보경산과 주변 숲~

정말 무쟈게 머네요. 근 5시간을 달리고 달려 도착하니

해도 중천이요, 주차장을 꽉 메운 차들에 그만 기가 확 질려 버립니다.




하지만 보경사 일주문을 지나 계곡으로 접어드니

나무가지끝마다 조롱조롱 아주아주 쬐그만 잎사귀들이 매달려있습니다.

박쌤이 일일이 요것은 생강나무가 이미 꽃이 진 자리에 올린 새 잎이라느니

덜꿩나무의 잎도 보인다느니 설명해 주신 덕분에 하나하나 눈여겨 볼 수 있었습니다.


발 아래에는 다른 곳보다는 큼지막한 별꽃도 있고

세잎 양지꽃도 노란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태백제비일까? 알록제비일까 아리송한 제비꽃도 있었고요

바위 위에 연보라빛 각시붓꽃도 만났습니다.

계곡에는 봄햇살에 흔들리는 달뿌리풀이 있었고

산괴불주머니도, 버들강아지도 함께 제 자리 잡고 있었습지다.


모두가 저렇게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제 몫을 다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에 비해 지난 겨울을 나는 어찌 지냈던가....




솔숲에서 맛나게 점심을 먹고 서둘러 산길을 오릅니다.

길게 늘어선 맑고 숲기행 일행들입니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서 산을, 숲을, 계곡을, 바람을, 하늘을

해찰하는 그 모습 또한 자연의 하나입니다.




각자 보는 것은 달라도 마음에 지니는 자연의 숨결은 하나일 겁니다.


맑고 향기로운 그것 말입니다.


내연산은 단연 폭포가 자랑일 것 같습니다.




처음에 만난 쌍생폭포는 두 줄기로 흘러내림이 장관이었고

작은 물줄기가 조금 보여주고 가려져 있다는 두 번째 폭포

그리고 드디어 만난 연산 폭포의 장대한 물줄기에 모두 말을 잊었습니다.

이어서 관음폭포와 그 아래 넉넉하게 펼쳐진 큼지막한 물웅덩이가

지치고 고단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 고운 순길에 모두 큰 위안 받으셨길 바래봅니다.


즐거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