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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9-06-19

    <환경> 호주의 조용한 `탄소 농사'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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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노나 <호주> 로이터=연합뉴스) 수백년 동안 유럽식으로 양을 키우고 농사를 짓던 호주인들 사이에 `탄소 농사' 라는 새로운 혁명이 조용히 번지고 있다.


호주 정부가 오는 2011년부터 실시할 예정인 온실가스거래계획(ETS)에는 2015년부터 농업 부문도 포함돼 탄소를 땅에 저장하는 새로운 영농방식이 환금성을 가진 탄소 크레디트로 적립되기 때문이다.


현재 약 2천명으로 추산되는 탄소 농사꾼들은 잠시도 땅을 놀리지 않고 작물을 심고 비료와 제초제를 뿌리던 수백년 묵은 영국식 농법을 버리고 이제 지력을 복구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땅을 갈아엎는 일을 아예 않거나 최소화해 땅을 최고 몇 해씩 쉬게 하고 작물이나 토착 식물등이 1년 내 땅을 덮어 맨 땅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 땅 속의 바이오매스를 늘리고 더욱 비옥하게 만들어 탄소 저장량을 늘리고 있다.


호주 동부 굴공시 부근 위노나 지방의 구릉지에서 메리노 양 목장을 운영하는 콜린 세이스는 지난 10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땅을 가꾼 결과 지금까지 연간 7천300t, 총 7만3천여t의 탄소를 땅에 저장했다.


그가 배출하는 탄소 양이 연간 2천200t에 불과하므로 그는 해마다 5천100여t의 탄소 크레디트를 적립해온 셈이다.


세이스는 840헥타르 규모의 농장에 무성한 토착식물과 잡초들이 자라지 않는 겨울철에 곡식을 심어 1년 내내 땅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 쉬지않고 대기중의 탄소를 흡수하도록 하고 땅의 유실도 방지한다.


그는 목초지 면적을 줄이고 4천마리의 양떼를 순번제로 풀을 뜯게 하는 `고밀도 단기 목축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초지의 휴식기를 늘려 재생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토지 이용법을 적용한 결과 그는 기나긴 가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목초지에 항상 풀을 유지할 수 있었고 덕분에 사료를 구입할 필요도 없었다. 또 이웃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에이커 당 2마리의 양을 방목할 수 있게 됐다.


흙 속의 탄소 함유량이 늘어날수록 초지에는 수분도 늘어나게 되는데 탄소 함유량이 1% 늘어나면 헥타르 당 물 함유량도 14만4천ℓ나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세이스는 자기 땅의 탄소 함유량을 2.5%에서 4%로 늘리는데 성공함으로써 헥타르 당 30만ℓ의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영농방식을 보급하는 로비단체 탄소연합의 공동설립자이자 자신도 이를 시행하는 루이자 킬리는 "이는 마치 강우량이 다른 기후대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온실가스거래계획(ETS)에 따르면 시행 첫 해에는 1t의 탄소 크레디트가 10호주달러에 거래되고 시장이 개방되면 t당 25호주달러에 거래될 전망이다.


`탄소농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탄소 저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방대한 면적의 호주는 연간 5억5천300만t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는데 전체 농지의 2%에서 탄소흡수율을 0.5% 올리기만 해도 방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저장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1788년 백인이 처음 이주한 이래 호주의 농지 가운데 70% 이상이 심한 토질 악화를 겪고 있으며 표토층의 유기탄소 량은 50~80%나 줄어들었다.


youngn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