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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9-05-18

    산도, 꽃도, 우리 몸도 다 젖었다우~~~

본문

상왕산 개심사 숲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시는 2009년 5월 16일 토요일이었구요


41명 신청자 중 4분 불참하신 가운데 총 41명(강사 2 + 진행자 + 포함)이

잼나게, 힘들게 자알 다녀왔습니다.


숲기행 다녀온 소감은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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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확률이, 그것도 중남부 지방에 30~80%라네요.


참, 어찌 해야 할는지....




하지만 숲기행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시행해 왔습니다.


그것도 자연의 한 모습이니까~




그러므로 상왕산을 찾아가는 우리의 발길이 멈추어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와도 너무 왔습니다.


비에 젖은 수피들이 선명한 자기만의 개성을 화악~ 드러내주니


더더욱 울울창창 느껴지는 개심사 솔숲을 부러 천천히 올랐습니다.




작은 새 한 마리, 빗소리에 못 들었을까요?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 않고 빗줄기 사이로 먹이 찾아 종종걸음입니다.





박종숙 쌤이 사람들이 쌓아올린 돌탑 앞에서


나무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이 돌들로 무겁게 느껴질 것 같다고


불심의 표현인 줄은 알지만 조금 아쉽다고 하십니다.




개심사 경내입니다.


단정하게 정비된 연못, 그래서 아쉬운 ‘경지’ 주변에 모여 섰습니다.




돌다리는 너무 튼튼해졌고,


둥그런 벤치로 절반쯤 가려진 배롱나무는 그 매끈한 몸매를


전혀 자랑하고 있질 못합니다.




그나마 다 졌을 것이라 생각했던 개심사 겹벚꽃 몇 송이가


우산도 없이 객들을 맞아주고,


그 아래 무성하게 품을 키운 실단풍이 멋진 모습이 반갑습니다.




그 사이 더 굵어진 빗줄기를 피할 대중방을 사중에서 내 주셨습니다.


채 사시예불도 안 끝난 시간이었지만 일정이 바빠 조심스레


도시락을 꺼내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이 집 반찬, 저 집 솜씨 구경도 하고 맛도 보고.....




박희준, 박종숙 두 숲해설가 쌤은 비 내리는 숲을 느껴보자고,


보원사지 쪽은 이런 날 풍광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뽀얀 비안개가 소록소록 피어오르는 산길을


두 무리의 사람들이 조용조용 걷습니다.





비목 잎사귀 만져 보느라,


소나무 밑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애기나리, 족도리풀, 은방울, 둥글레의


잎사귀들과 눈맞춤 하느라 자꾸자꾸 속도가 늦춰집니다만


서둘러 가는 이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30분 정도 숲길과 평탄한 능선길을 지나


U턴하듯 길을 도니 눈앞이 갑자기 환해집니다.


임도로 들어선 때문입니다.


비 내리는 하늘이 보이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입니다.




나뭇잎은 심하게 흔들리는데 바람결은 조용합니다.


숲 속으로 난 길인 덕분인가 봅니다.





개심사와 보원사 등에서 그렇게 건설을 반대했다는


송전철탑이 그 거대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얼마간의 필요는 인정하지만 그것을 위해 이렇게 긴 임도가


숲속으로 났고, 앞으로는 이것이 도로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속상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걷노라니 용현계곡을 끼고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각양각색의 펜션들이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그 앞으로는 길 양옆으로 민박집들이 즐비합니다.


잎이 자그마한 단풍나무며 신나무가 빠알갛게 씨앗을 맺고 있고


무성하게 잎을 이고 늘어 가로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


가을날의 멋진 단풍을 연상케 합니다.




보원사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었습니다.


이 드넓은 터에 자리했던 사찰이 어찌된 연유로 폐허가 되었는지....





등산화도 물에 푹 젖고, 우비, 우산에도 불구하고 옷까지 젖어듭니다.


다리도 아프고, 몸도 지치고 꾀가 날 즈음


마애삼존불의 해맑은 미소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감사합니다. 비오는 날의 숲기행 이렇듯 무사히,


잘 마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역시 부처님 빽이 최고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