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훔치러 굴에 들어갔다 질식사하는 꽃제비들
예부터 량강도 대홍단은 감자를 깔아놓고 먹는 곳이라고 했다. 이곳은 고산지대라 옥수수 농사가 안 되는 반면 감자를 주 농사로 짓는다. 제일 먼저 캐먹는 감자는 8월 20일 경에 나고, 6, 7월인 지금은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이다. 통감자를 겨울 내내 ‘감자굴’(감자 종자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보통 4월 초순 감자농사철이 되면 칼로 눈을 떠 심는다. 감자 씨를 뜬 나머지는 일하러 나오는 농장원들에게 준다. 감자 눈을 한 광주리 뜨고 나면 농장원들에게 돌아가는 감자는 반 광주리도 안 남는다.
감자가 얼지 않도록 만들어진 감자굴에 내려가게 되면 마치 지하 동굴처럼 깊고, 보통 가로, 세로 40미터씩 널찍하다. 감자가 꽉 차 있어 잠시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감자들이 내뿜는 독이 지독하다. 3미터 당 뚜껑이 한 개씩 있는데 자주 환기시켜주고 썩지 않도록 감자를 뒤집어줘야 한다. 하루 종일 환기시키고 나면 그 다음 날에야 사람들이 들어가서 썩은 감자를 꺼내곤 한다.
올해는 감자 굴에 생감자를 훔치러 들어갔다가 질식사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초 서는 사람들이 있어도 경비 막에서 보초를 서기 때문에 잠깐 틈을 타 뚜껑을 열고 들어갔다가 열어놓으면 들키니까 닫아놓고 있게 된다. 이렇게 뚜껑을 닫은 상태에서 밀폐된 공간에 들어서게 되면, 평소에도 감자들이 뿜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질식할 지경인데 곧 산소 호흡이 안 되서 죽게 된다.
권순영(35세)씨는 “올해 5월과 6월, 이렇게 들어가자마자 질식해서 죽은 애들이 많다. 산소 호흡기를 들고 가야하는데 애들이 그거 없으니까. 성공한 애들이 열중의 하나도 안 될 거다. 올해는 유독 먹을 게 없어서 애들이 죽어도 기를 쓰고 들어 간다”고 했다.
“감자를 꼭 쥐고 죽어있었어요”
지난 5월, 김동석(17세)군은 꽃제비 친구들과 함께 감자굴에 갔다가 친구를 잃었다고 했다. “상학이가 들어가고 나는 망을 봤어요. 뚜껑을 닫아놓고 들어갔는데 한참 있어도 안 나오더라고요. 나 말고도 같이 간 애들이 많았는데 아무도 못 들어갔어요. 나도 죽을까봐 못 들어갔어요”라고 했다. “그 애를 보름이 지나서 꺼내게 되서 우리끼리 장례 지내줬어요. 상학이가 감자를 꼭 쥐고 죽어있었어요. 나는 나 살자고 상학이 꺼내줄 생각도 못했는데 상학이는 감자를 두 손에 쥐고 죽었다”며 울었다. 상학이는 장례를 치러줄 친구라도 있지만 이렇게 죽어간 다른 꽃제비 아이들은 시체를 꺼내보면 이름도 주소도 몰라 그냥 묻히고 만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아이들이라 그렇게 이름 없이 죽어간다. 드
좋은 벗들 [오늘의 북한 소식 제 154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