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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7-11-12

    백양사 식생문화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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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7년 11월 8일 목요일 7:00~ 19:30 장소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26번지 참가자 김석우선생님, 한정갑선생님, 이수진팀장님, 엄경숙님, 배윤진님, 박미호님, 조고희님, 서은영님 글/ 사진 서은영 안개 낀 이른 아침 양재역에서 출발하여 경부선을 타고 가는 중에 기흥에서 교통사고로 잠시 지체되다가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다른 차들은 별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비싼 도로 이용료 탓인지... 덕분에 뻥 뚫린 길로 열심히 달려 갑니다. 휴게소에 잠깐 들렸는데 엄청난 사람들 때문에 내심 걱정이 됩니다. 처음으로 먼 전라남도로 가고 있는데 지난번 설악산에서처럼 밀리는 인파와 차량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게 아닌가 해서... 우리 모두는 그 많은 사람들이 내장산으로 가길 희망하며 백양산으로 향합니다. 내내 있던 안개가 걷히고 시원한 장성댐이 보이고 울긋불긋 양탄자들이 깔려 있는 산들과 단풍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막 포장한 도로가 보이자 우리가 간다고 포장도 해 놓았다고 모두들 호호호.... 일주문을 지나 다행히 차들이 별로 없는 주차장에서 보니 멋진 백암이 눈에 들어 옵니다.  푸릇 푸릇하고 싱싱한 꽃무릇(석산)이 보입니다. 꽃이 피고 난 뒤에 잎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애기단풍과 비자나무, 감나무(이곳의 감과 곶감은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오래된 갈참나무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소나무가 있었는데 없어지고 천이가 이루어져서 좋은 생태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런 곳의 지하수는 어디를 파도 알칼리성이라고 합니다. 물을 끼고 있는 절들의 특성상 수중 생태계도 같이 다루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시간이 부족해서 다루지 못했음을 김석우 선생님께서 못내 아쉬워 하십니다. 모든 생태계는 다 상호 연관이 되어 있어서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초록빛, 연두빛, 노란빛, 주홍빛, 빨간빛등의 여러 가지 색을 내는 애기단풍들이 우리를 황홀하게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빛깔들을 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잎이 다섯에서 일곱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인기가 있어 묘목을 1$씩 팔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목과에 속하는 비자나무는 수형과 잎의 모양이 주목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비자나무는 목재로써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천연기념물 153호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답니다. 열매는 구충제로 쓰여 왔고 기름을 짜서 쓰이기도 했고 독특한 향이 있어 태워 모기의 접근을 막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오래된 갈참나무들은 우리의 마음에 든든함과 안정감을 전해줍니다. 잎 뒤에 털이 제일 많은 것이 떡갈나무이고 그 다음이 갈참나무라고 합니다.   왼쪽으로 감나무의 원조인 고욤나무가 보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층층나무입니다.  밑으로 뿌리에 세균이 들어가서 빨리 단풍이 들고 이미 말라 시들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가여운 단풍나무도 보입니다. 옆에 있는 맨홀 탓인지....  갈참나무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겨우살이가 보입니다.  혈액순환에 좋다는 무화과도 보입니다.  소가 무척 좋아한다는 자귀나무은 예로부터 신혼 부부의 창가에 심어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서둘러 봄을 맞이해 봄산을 혼자 독차지하던 생강나무 꽃들이 시들어 지고 나면 새순이 올라오고 그 잎이 자라 이제 아주 노랗게 물이 들었습니다.  잎이 다섯장이 모여 달려 있고 암수가 한 그루이며 반 상록으로 봄까지 잎이 파란 덩굴식물과의 으름도 있습니다.  1980년에 복원된 쌍계루가 보입니다.  이곳까지 오는 데에만 4시간 정도 걸려서 혹시나 공양시간에 늦을까봐 아름다운 풍광이 발길을 끄는데 애써 발걸음을 떼어 걷느라 마음이 더 바쁩니다. 공양간에는 우리가 처음보는 조왕신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우리 민간신앙에는 각 처소에 그곳을 관장하고 있는 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다고 합니다. 안방과 조령에 삼신, 대청에 성주, 부엌에 조왕, 장독간에 철륭, 측간에 측신, 문간에 문신, 뒤꼍과 안뜰에 터주와 업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민간신앙이 불교에 수용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절에도 인심이 있습니다. 그동안 다녀 본 곳 중에 공양을 하고 돈을 받는 곳은 백담사와 백양사 두 곳이었습니다. 절의 규모에 비해 넉넉하지 않은 인심에 조금 씁쓸합니다. 기와 시주와 부처님께 시주를 하며 이 절의 넉넉한 인심을 빌어 봅니다.  쌍계루 저 건너 편에 화려한 성탑들과 탑비들이 보입니다. 훌륭한 선사들이 많았음을 실감케합니다.   부도는 붓다에서 온 말로 깨닫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부도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불탑과 훌륭하신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승탑으로 나누어 집니다. 참고로 부처님의 사리는 84,000개가 나왔다고 합니다. 통도사의 불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불탑은 처음에는 종형태의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승탑도 이를 닮아 처음에는 석종형의 모양이 많습니다. 다음에는 팔각원당형 모양이 있고 더 발전되어 탑신부가 원구형인 승탑, 또 탑과 유사한 승탑의 모양도 있습니다. 전남 해남 미황사에 있는 승탑들은 해학적이며 토속적으로 자연미가 한껏 발휘되어 있다고 한정갑 선생님께서 말씀 하십니다.    승탑 옆에는 탑비를 세웁니다. 탑비는 비석을 받치는 좌대, 석비, 상단부분인 이수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좌대는 거북의 생동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헌 것이 많고 고려시대에는 거북이 머리부분이 용의 모양으로 변해 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발톱의 모양도 아주 날카로우며 매우 생동적으로 표현됩니다. 석비에는 절의 사적이나 스님의 일대기를 기록합니다. 이수부분에는 멀리 본다는 뜻을 가진 용을 두 마리 이상 조성합니다. 불교의 화두의 한 부분인 이뭣고가 있는 것도 선을 강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천왕문에는 고불총림백양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고불은 옛 부처, 새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면목자체를 말하는 '근원적인 그 자리'를 밝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선종에서 유명한 선사들이 이곳에서 많이 나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하십니다. 총림이란 지금의 선원, 선림, 승당, 전문도량 등 다수의 승려대중이 모여 수행하는 곳을 총칭하여 총림이라고 한답니다. 5대 총림은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백양사라고 합니다.  사천왕들은 정형화된 모습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방향이 다릅니다. 얼굴이 길쭉한 모양이 독특하고 거느린 나찰들이 없습니다. 천장에 산수화 같은 그림이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사천왕은 동,서,남,북의 네 방위의 세계를 다스리는데 동쪽에는 지국천왕이 손에 칼을 들고 있고, 기쁨과 봄을 관장합니다. 음악의 신인 건달바와 부단나신을 거느리고 동쪽하늘을 지배하며, 얼굴색은 동쪽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띱니다. 남쪽에는 증장천왕이 손에 용과 여의주를 들고 있고, 사랑의 감정과 여름을 관장하며 구반다와 아귀를 거느리고 남쪽을 다스리며 얼굴색은 붉은색을 띱니다. 서쪽에는 광목천왕이 손에 삼지창과 보탑을 들고 있고, 노여움과 가을을 관장하며 비사사신을 거느리고 서쪽하늘을 다스리며 흰색을 띠고 있습니다. 북쪽에는 다문천왕이 손에 비파를 들고 있고, 즐거움과 겨울을 관장하며 야차와 나찰을 거느리고 북쪽하늘을 지배하며, 얼굴색은 검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천왕은 네 방위를 지키는 존재이면서도 음양오행으로는 가가 목화수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중앙은 토로서 황금색을 뜻하며 완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사천왕의 호위를 받아서 들어가는 존재는 완성된 존재임을 상징합니다. 사천왕문을 대신하여 금강문이 있기도 합니다. 사천왕문을 들어 서니 극락보전과 석등이 보입니다. 맞배 지붕과 다포계 형식의 고건물입니다. 기단은 자연석 돌로 되어 있습니다. 미타전, 극락전, 무량 수전으로 적혀 있으면 아미타불 부처님이 중심 부처님이시며, 극락은 서쪽에 있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아미타불은 동쪽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백양사 (흰 백, 양 양) 는 1400여 년 전인 632년 (무왕33)에 창건된 백제의 고찰로 정토사, 백암사 등의 이름으로도 불려 왔습니다. 1574년 환양 선사가 중건하면서 백양사로 개칭하게 되었는데, 다음의 일화가 있습니다. 스님이 매일 아침 법당에서 법화경을 독경하고 있노라면, 백학봉 밑에 사는 흰 양들이 몰려와서 독경을 듣다가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스님의 꿈에 양이 나타나, 독경소리에 깨달음을 얻어 사람으로 환생하게 되었다는 감사인사를 하였습니다. 이후 스님의 높은 법력으로 축생을 제도하였습니다. 하여 절 이름을 백양사로 고쳐 부르게 되었고, 스님의 법명 역시 환양이라 하였다고 전합니다. 오른쪽으로 백암에서 넘어오는 기운을 받고 큰 위엄을 보이며 대웅전이 서 있습니다. 불교의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상을 주조불로 모신 곳인 대웅전은 복원된 것으로 기단은 두 단 올리고 둥근 형태의 기둥에 위엄을 줄려고 가운데만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기단부분 위로 보통은 백토를 깔아 빛이 반사되게 하는데 이곳은 자연석을 깔아서 난반사되었습니다. 내부에는부처님의 일대기가 그려져 있는 팔상도가 있습니다.     불탑은 대웅전 앞에 없습니다. 적멸보궁의 형태처럼 대웅전을 참배하고 사리탑도 참배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방법도 고민해 볼 만하다고 하십니다. 팔정도를 나타내는 팔층석존사리탑이 보입니다.  극락보전과 대웅전 사이에 칠성전이 보입니다. 그 앞에는 괘불당간 지주대가 보입니다. 이것은 상징적으로 절 입구에 세우는 당간지주와는 다른 것으로 실용적으로 쓰였던 것입니다. 칠성을 조각으로 모셔 놓은 곳은 이곳이 유일합니다. 민간신앙이 불교에 수용된 흔적은 여기서도 보입니다. 이 칠성전은 우리 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수명을 관장하는 칠성을 일곱여래의 존상으로 모신곳이며 약사여래를 주존불로 합니다.  에밀레종을 본 뜬 범종도 보입니다.  목어는 머리가 용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탑비에서 거북의 머리모양이 변화하듯이 이 목어도 잉어 모양이 용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칠성전 뒤쪽으로 가보니 11월 12월이 개화기인 차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5월에 피는 광대수염의 꽃도 보이고 늘 사람의 마음을 애잔하게 하는 별꽃도 보입니다.   불탑 앞쪽으로 빨간 열매가 달려 있는 남천이 있습니다.  잎이 하나도 없는 배롱나무도 가끔 보입니다. 낙엽성 교목으로 줄기는 갈색에서 담홍색을 띠며 간혹 흰색의 둥근 얼룩이 있고 껍질이 얇아 매우 매끄럽고 어느곳에 가도 무리지어 있는 것이 없이 한 그루씩 외로이 서서 그 아름다운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자랑합니다. 여름에 100일 동안 꽃이 핀다고 합니다.  절 한켠에 옥색 꽃이 피는 비비추와는 모양이 다른 옥잠화가 보입니다 하얀 색의 꽃이 핀다고 합니다.  맹아들이 자라서 큰 나무가 된 피나무도 보입니다.  나무에 달려서 더불어 살고 있는 고란초의 모습입니다.  각진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것이 자라 났다고 전해지는 약 700년 된 이팝나무입니다. 5월쯤 흰 꽃이 나무전체를 덮어 마치 사발에 얺힌 흰 쌀밥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했으며,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귀한 쌀밥은 왕족이나 양반인 이씨들만 먹느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한 해의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등사에서 많이 보았던 비목도 있습니다. 초연히 쓸고간 깊은 ~ ....  까마귀밥여름나무도 보입니다.  근육질이 서어나무와는 조금 다르고 길쭉한 개서어나무입니다.  바쁜 일정에도 고불성보 박물관도 들려 봅니다. 나무 옆에 풀이 많아서 참 좋은 숲이라고 하십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나 식물에게나 다 좋은 일인가 봅니다.  내려 오는 길엔 차들이 길에도 줄지어 있습니다. 아마도 내장산에 먼저 들렀던 사람들이 오는 길인가 봅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중간에 한번 쉬지도 못하고 발길을 재촉한 탓에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김석우 선생님께서 사주신 맛난 무화과와 달디 단 반 말린 곶감을 먹으며 피곤을 달래 봅니다. 3월에 시작한 이 모임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꽃이름도 나무이름도 부처님의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제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3월에는 꽃도 잎도 볼 수 없어서 나무를 구별하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나무들은 꽃도 피고 잎도 나면서 자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더운 여름 그늘이 되어주었고 우리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나무들은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펑화롭게 보이던 숲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존경쟁은 우리가 살아가는 군중들 속에서의 고독을 생각하게 했고, 상처가 나 나무들이 스스로를 치유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난 상처는 결국 스스로가 치유 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그 자연 속에서 우리의 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불교문화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게 합니다. 그렇게나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는지 모른채 다녔던 예전과 달리 그 의미들이 조금씩 제게 다가옵니다. 잊어 버릴까 싶어 가르쳐 주시고 또 가르쳐 주신 김석우선생님, 한정갑 선생님, 항상 중심을 잃지 않는 김자경실장님, 몸이 힘든데도 늘 애써 주신 이수진팀장님, 정이 너무 많은 우리 회원님들, 이 모임을 위해 애써 주신 다른 모든 분들과 더불어 방문했던 절에서 도움 주셨던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정갑 선생님의 '재미있는 사찰이야기'에서 참조하였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더불어서 맑고 향기롭게 사는 세상을 꿈 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