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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7-09-16

    1차 실태조사 결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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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는 그동안 본 모임이 진행해온 결식이웃후원사업의 효용성을 평가하고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후원 내용의 다양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2007년 7월 5일부터 8월 28일까지 대상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현장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현재 결식이웃후원사업의 대상자 수는 총 254가구. 이중 1차적으로 장위1동, 장위2동, 월곡1동에 거주하고 있는 결식이웃후원 수혜자 43가구가 이번 실태조사의 대상이었습니다. 장위1동은 700여 명, 장위2동은 340여 명, 월곡1동은 480여 명의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내에서 가장 취약한 지구 중의 하나로 선정해준 바 있었습니다. 그동안 얼굴을 모른 채 동사무소를 통해 밑반찬만 만들어 전달해드렸던 우리의 결식이웃들을 직접 찾아가 인사를 올리고 안부도 여쭙게 된 것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사무실의 간사들이 4,000여 중앙모임 회원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결식이웃의 손을 마주잡으며 서로의 체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가 1999년부터 진행해온 결식이웃후원사업의 내역은 대상자의 기준에서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① 매주 1회(금요일) 밑반찬 2가지 전달 ② 2달에 1회, 3만원권 농협상품권 전달 ③ 월 1회 김치 전달(2번째주 금요일) ④ 가구당 8포기(20Kg) 김장 지원 ⑤ 기타, 명절 전후기 특별 후원 등 이번 조사를 마치고 결식이웃후원사업의 수혜 효과를 과소평가해온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회원들의 푼돈, 쌈지돈으로 마련된 후원금이 얼마나 유용하게 우리 사회와 의사소통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세금도 못하는 일, 세금이 해야 할 일, 세금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단행해온 우리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의 업적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미약하게 보였던 주 1회의 반찬 지원이 소외되고 가난으로 찌든 삶들에 얼마나 기여하려나를 의심하고 있었는데, 당사자인 결식이웃들은 매주 금요일 조리장에 모인 밑반찬 조리 자원봉사자들의 정성까지도 온전히 전해 느끼고 있었습니다. 물론 국가의 공적 부조와 그외 사회복지 서비스와의 연동에 의해 가능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매달 일정액을 결식이웃후원계좌에게 기탁하고 계신 390여 명 맑고 향기롭게 회원들이 새삼 고맙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식이웃후원사업에 대하여 대부분의 수혜자들이 만족과 감사를 표시하셨습니다. 우리들의 지원 내역만이 아니라 상호 부조의 시스템 속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고 계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밑반찬은 그들 가족의 온기를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김치가 사별한, 이혼한, 별거 중인 가족들의 그 절절한 한숨과 아쉬움을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1차 실태조사의 내용 일부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올립니다. 조사 대상자 43가구 중 33가구에 대해서만 면접을 완료하였습니다. 나머지 10가구는 방문 전 사전에 연락을 취할 수 없었고, 사전 약속 없이 방문한 경우에도 대상자가 집에 부재하여 면접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1. 연령 : 60대 9가구, 70대 13가구, 80대 4가구, 90대 1가구, 기타. 대부분이 노인으로 고령사회 또는 매일 35명이 자살하고 있는 현세태의 심각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2. 분류 : 수급권자 27가구, 조건부 수급권자 1가구, 차상위계층 5가구. 조건부 수급권자는 자활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생계 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권자로서 단 1세대에 불과한 현황을 보여주었습니다. 생산적 복지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3. 세대유형: 독거세대 23가구, 조손세대 4가구, 한부모세대 4가구, 일반 1가구. 대다수 자식 및 혈연이 생존해 있었지만 자의, 타의에 가족이 붕괴되어 있었습니다. 가족 해체가 단순히 빈곤의 문제인지, 공적부조만으로 해결이 가능한지를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 동거가족의 수: 1인 3세대, 2인 3세대, 3인 4세대 (이상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동거 가족 즉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빈곤 상황에 부대끼는 현실은 훨씬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세대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우리들의 사회안전망은 너무 얇았고 차라리 살얼음판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5. 주거형태: 전세 12세대, 월세 18세대, 고시원 2세대, 여관 1세대. 월곡동 달동네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고층 아파트촌에 가려진 채 인근으로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또, 새롭게 형성된 빈민촌으로 고시원을 주시할 수 있었습니다. 6. 난방상태: 도시가스 18세대, 기름보일러 3세대, LPG 2세대, 연탄 1세대, 기타.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할머니가 1분 계셨는데 집이 너무 낡아 곧 이사 가실 예정입니다. 7. 채광상태: 양호 8세대, 기타 (대부분 불량). 대부분 습기가 충만한 지하실에서 생활하셨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면 모든 가구에서 공통적인 냄새를 숨쉬어야만 했습니다. 옥탑에 사시는 분은 딱 1분이 있었는데 하체 건강한 50세의 장애인이셨습니다. 8. 학력 : 무학 8세대, 국졸 12세대, 중졸 3세대, 고졸 4세대, 대졸 2세대, 기타. 상담을 나눈 세대주 중에서 5명이 문맹이셨습니다. 그동안 세간의 한글 교실을 의아하게, 신기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9. 종교 : 기독교 8세대, 천주교 8세대, 불교 4세대, 무교 12세대, 기타. 어느 할아버지가 성당 주변에는 죄다 독거노인들만 살고 있다고 일러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묘하게도 한참을 부러워해야 했습니다. 천주교는 기독교와 달리 전혀 요란하지 않았지만 지난 10년동안 신자 수가 2배로 증가했었습니다. 10. 결혼여부: 미혼 3세대, 별거 2세대, 사별 14세대, 이혼 9세대, 기혼 1세대, 기타. 결혼하지 못한 총각이 3명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결혼을 했으나 그 이후의 사연들이 또한 녹록치 않았습니다. 11. 출신지역: 전라도 8세대, 충청도 6세대, 이북 5세대, 서울 3세대, 경상도 1세대, 강원도 1세대, 기타. 얼마전까지 한창 우리나라는 이념으로 또는 동서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했었습니다. 아리랑을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지역주의는 분명 사회복지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그 원인과 해결에 사회복지가 기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2. 농협상품권 용도: 쌀 5세대, 잡곡 4세대, 반찬 2세대, 고기 2세대, 군것질 및 별식 4세대, 기타 (생필품, 교회 헌금, 학용품, 노래방 등). 조사를 진행하며 대상자의 눈물을 보아야 하기도 했고, 어려움에 대한 웅변을 줄기차게 경청해야 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맑고 향기롭게에서 지원하는 3만원짜리 상품권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1차 실태조사는 2차, 3차를 넘어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예정입니다. 우리들의 작은, 그 고운 마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습니다. 콩 심은 데는 콩만 나고 팥 심은 데는 팥만 납니다. 우리들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 굳이 한 치 앞을 보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