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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7-09-01

    9월1일 인제 곰배령

본문

인제 가면 언제 오나하는 인제에 갔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오래전 동생이 군대를 인제로 가서 부모님과 큰오빠와 함께 인제에 갔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때의 동생을 만나기란 극적이었습니다. 동생이 훈련을 갔기에 훈련하는 곳까지 찾아갔고 동생은 자기몸길이의 큰 총을 어깨에 매고 훈련을 마치고 씩씩하게 오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대견하고 짠하고 자랑스럽고 고생함이 안쓰럽고...만감이 교차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곰배령...곰배령인가보다 했는데 거사님과 사람들의 목소리는 아주 대단한 장소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얼른 달려가고 싶고 기대가 차오릅니다. 하늘에는 우리의 염원과 상관없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서울처럼 오락가락 비겠지했는데 아주 흠뻑 내리는 비였습니다. 처음은 낭만이지만 오늘은 잉~맑은 날이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우비입고 점심부터 먹고 곰배령을 바라보며 점봉산자락을 걸었습니다. 순수청정지역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해서 그럴까요? 눈이 가렵고 아팠는데 싹 나은듯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또 비를 맞아도 좋았습니다. 솔직히 비를 맞는 나무처럼 비를 맞는 자신의 몸을 느껴보았습니다. 비에 젖어드는 몸이 은근히 나른한 잠에 빠져들것 같습니다. 몸이 젖으니 마음도 젖어서 이런저런 상념들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마음과 몸이 일치하지 않는것...그러나 몸에 따라 마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몸가는 데 마음도 간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초롱꽃이 하얗게 다소곳하게 피었습니다. 비를 맞는 초롱꽃의 모습이 마치 어둠의 불빛처럼 밝아 보입니다. 푸른 풀들이 여전히 여름의 끝이 아니라고 말해주듯 아직 푸릅니다. 물봉선을 터뜨리며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 보는 마음은 새롭고 신기합니다. 경험과 이야기를 듣는것과는 그 느낌이 다릅니다. 동자꽃을 한송이 보았는데 주황빛이 참 아름답습니다. 드릅과 그 나무 이름은 잊었지만 나무가지위에 바이러스감염으로 부스럼처럼 잔나뭇가지가 솟아오른 모습을 보니 나무도 사람의 몸처럼 여러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또하나의 생명임을 실감합니다. 나무들이 생존경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햇빛을 받기 위해 위로위로 향하는 것과 물을 충분히 머금으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땅이 좋아서 잘 성장하는 조건이 필요한 나무도 또한 바람과 무언가 다른 이물질에 의해 병을 앓고 그것이 나은 흔적을 갖고 있는 나무가 신기합니다. 몸이 넓은 버드나무와 당단풍나무 그리고 음나무 다름나무등등 나무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겠네요... 음나무에 대해 알아보라 하셨는데 시간을 두고 알아보겠습니다. 잣나무가 죽 늘어선 그곳은 정말 좋았습니다. 잣나무를 열매를 청솔모가 맛있게 먹은 것을 보니 먹고 사는 것은 본능으로 누구나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람도 나무와 같이 경쟁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저는 사람의 경쟁의 승리 비결은 생기있는 얼굴과 태도의 겸손함과 행동의 절제와 바름 그리고 민첩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무와 꽃은 자신의 색깔을 곱게 모습을 아름답게 있는 그대로가 자연스럽습니다. 사람의 모습도 아름다운 모습뿐 못생기고 잘생긴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아름답습니다. 사람의 경쟁력은 미모와 경제력이겠지만 자연의 경쟁력은 햇빛을 향하는 능력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진정한 경쟁력 또한 미모와 경제보다 단정한 모습과 바른태도와 바른 행동일 것입니다. 오늘은 자연의 경쟁력에 대한 생각과 삶의 경쟁력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함께 내려오던 분과의 대화에서 앞으로의 삶을 수행자의 삶을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의 수행자의 삶이라는 것은 검소함입니다. 그리고 소욕지족함입니다. 우리는 검소와 소욕지족은 현대사회에서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이 결국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집을 짓고 트럭이 다니는 길을 내는 일이 생기는 것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진정 소욕지족과 검소한 삶을 살기로 한다면 오솔길과 걸어서 몇날며칠을 다닐 수 있는 자연과 더불어서 순응하는 삶일 것입니다. 비와 나무는 하나이고 나무와 사람이 하나이고 비맞은 내가 비맞은 나무와 하나되어 촉촉하게 젖은 마음을 서로 느끼면서 젖어보았습니다. 자연의 비오는 날의 정서를~~~ 감사합니다. 10월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