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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7-08-24

    용문사 식생문화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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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7년 8월 16일 목요일 7:00 ~ 17:00 장소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용문사 , 옥천면 용천리 사나사 참가자 김석우님, 한정갑님, 이수진님, 배윤진님, 엄경숙님, 조고희님, 서은영님, 박미호 글/사진 박미호 말복을 이틀 지난 여름의 끝자락에 우리는 강변역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몇 번의 탐사는 운좋게 폭우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다녔는데, 이 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린 막강 더위속으로 츨발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6번 도로변의 남한강가에는 물안개가 짙게 피어오릅니다. 양수리 두물머리를 지날 때는 꽃이 만발한 연밭도 보입니다. 지난 달 몽고 여행을 다녀온 서은영님의 여행담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용문 계곡에 닿았습니다.  용문산 정상을 중심으로 남쪽 계곡에는 용문사가, 반대편 북쪽 계곡에는 사나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함왕봉과 백운봉 사이 능선에는 함씨가 원삼국 시대에 성을 쌓고, 고려 때 몽고군이 침입했을 당시에는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었다는 함왕성터가 남아 있습니다. 계곡의 힘찬 물줄기에서 용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더위를 잠시 잊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탐사를 시작합니다.  맨 처음 눈에 뜨인 것은 계곡 너머에 서있는 튤립나무입니다. 플라타너스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줄기는 코르크 같습이다. 가지 끝에 튤립 모양의 녹색을 띤 노란 꽃이 위를 보고 핀답니다. 벌레가 잘 살지 않아서 숲의 생태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답니다.  일본 목련이 긴 타원형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익고, 칸칸이 벌어지면서 콩 모양의 붉은색 씨가 나옵니다.  오동 나무에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달걀 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털은 없는데, 갈색으로 익으면 두 개로 쪼개지면서 납작한 타원형의 씨가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서민의 꽃이라는 사꾸라에 비해, 귀족의 꽃으로 여긴답니다.  이곳에는 구례 다음으로 산수유가 많습니다. 줄기는 갈색으로 비늘조각 처럼 벗겨져 너덜거리고, 잎은 나란히 맥입니다. 이른 봄에 노란꽃을 피우지요.  달개비꽃 또는 닭의장풀이라고 합니다. 닭장 근처에서 많이 자라고, 꽃잎 모양이 닭의 볏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한 해 살이 풀로 길가나 풀밭, 냇가의 습지 땅을 기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립니다. 잎은 열을 내리는 효과가 크고 이뇨작용을 하며 당뇨병에도 쓰인답니다.  물갈퀴 모양의 잎을 단 고로쇠 나무가 보입니다. 이른 봄에 수액을 받아 마시면 신경통에 좋다고 알려져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요.  이제 일주문을 들어섭니다. 양쪽의 배흘림 된 기둥에는 용문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룡과 황룡이 새겨있네요.  개암나무 열매입니다. 껍질을 까서 날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납니다. 믿거나 말거나 열매 깨물어 먹는 소리에 도깨비가 도망을 갔답니다.  마침 근처에 참개암나무의 열매도 보입니다. 원뿔모양으로 개암나무 열매와 비교가 되지요.  길 가의 돌에 지의류가 많이 자란 것이 보입니다. 지의류는 산성비가 오면 가장 먼저 죽는 식물이라서, 지의류가 많다는 것은 주위의 환경이 좋다는 징표입니다.  고마리는 미나리나 갈대 등과 같이 물가에 자라는 수생식물로, 개울에 떠내려 오는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자라는 식물입니다. 독성이 있어서 소가 먹으면 죽기도 한답니다. 뿌리는 물을 정화시키며 중금속도 제거하고 , 오염되어 죽어가는 물에는 생명의 산소를 넣어주기도 하여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 고마운 존재랍니다. 이름의 유래는 물가에서 나쁜 환경에도 불구하고 무성하게 퍼져 나가니 이제 그만 되었다고 '그만이 풀' 이라고 하던 것이 고마니를 거쳐 고마리로 부르게 되었답니다.  국수나무입니다 가지를 잘라 단면의 가운데 수를 가는 막대로 밀면 흰 국수가락 처럼 밀려나와서 국수나무랍니다  이삭여뀌의 꽃입니다 산골짜기 냇가와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데 지혈, 진통등의 효과가 있답니다.  쪽동백의 열매입니다  싸리도 꽃을 피웠습니다.  가지가 줄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진 모양이 작살 같다는 작살나무입니다  서어나무의 열매입니다. 암수 한 그루 이지요. 한반도에서 소나무는 점점 줄어들고 서어나무가 늘어나는 것은 기후가 온난화 되어가는 결과랍니다.  털별꽃아재비의 꽃입니다.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한국 전역에 분포합니다.  쐐기풀입니다. 포기 전체에 가시털이 나있지요. 가시에는 포름산(개미산)이 들어있어서 찔리면 쐐기한테 찔린 것 처럼 아픕니다. 이번 식생탐사에서는 여러가지 숲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증표들을 많이 보아서 기쁩니다. 나무들은 모두 열매를 맺어 여물어가고 있습니다 고마리 같은 식물이 조용히 수질정화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니 새삼 생태계를 무서운 속도로 오염시키고 있는 우리 인간들이 부끄럽습니다.  한 시간 넘게 식생 관찰을 하며 숲길을 오르다 보니, 드디어 유명한 용문사 은행나무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령 1,100년, 높이 41m, 둘레 11m로 동양에서 유실수로는 가장 큰 나무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열매를 맺고 있는 암나무 입니다. 키가 하도 커서 옆에 피뢰침을 세워 보호하고 있습니다. 신라의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의상대새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려 자란 것이라고도 하는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한 선생님 말씀으로는 우리나라 절들의 대부분이 창건 당시 절 앞에 기념식수를 했는데,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다 벌목 되었답니다. 이 나무는 용문사의 창건 연대를 가늠케 하는 귀하고 영험한 존재입니다.  용문사(龍門寺)는 말 그대로 용이 승천하는 하늘문 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용문사가 세 군데 있는데, 이 곳 양평의 용문사가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면 경북 예천의 용문사는 용의 몸통, 진도의 용문사는 용의 꼬리에 해당한답니다. 이 곳 양평 용문사는 광릉 봉선사의 말사로 신라 신덕왕 때 대경대사가 창건했답니다. 일설에는 당시 이 곳이 고구려와의 접경 지역이어서 경순왕이 친히 행차하여 창건했다고도 합니다. 고려 때는 개풍 경천사의 대장경을 옮겨 봉안 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수양대군이 모후 소현왕후를 위한 원찰로 모신곳입니다. 구한말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로서 왜군의 병화로 전 건물이 소실되었습니다. 그 후 1980년대 초 대대적인 불사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잠시 쉬는 사이에 김선생님이 절 마당에서 톱사슴벌레를 잡아오셨네요. 졸참나무와 신갈나무 숲에서 주로 사는데, 나뭇가지에 올려 놓으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습성이 있답니다.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참나무류의 수액을 먹기위해 모여들어 쉽게 관찰된답니다.  대웅전에 들어 간단히 삼배만 올리고, 북쪽 계곡의 사나사를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절 전용의 승합차를 얻어 타고 단숨에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안내도 상으로는 가까워 보였는데, 다시 341번과 37번 도로를 거슬러 산 밑으로 빙 둘러가니 차로 20여 분이나 걸렸습니다.  사나사 대적광전에 본존으로 모신 비로자나불의 모습입니다. 절 이름은 신라 경명왕 때 대경대사가 5층 석탑과 노사나불(盧舍那佛)을 조성하여 창건한 데서 비롯합니다. 노사나불은 오랜 수행으로 무궁무진한 공덕을 쌓고 나타난 부처님이지요. 보통 '원만보신 노사나불' 이라 불립니다. 이후 고려 공민왕 때 왕사로 있던 보우대사가 중건하였는데, 보우는 종래의 5교9산을 통합하여 禪.敎 일치의 통일 종단을 세워 오늘날 조계종의 기틀을 세운 분이지요. 임진왜란과 6.25를 거치며 전소당하고, 1950년대 재건하면서 함씨각도 함께 지었답니다.  창건 당시 조성했다는 5층 석탑은 남아있지 않고, 고려 중기 때 것으로 보이는 삼층 석탑이 있습니다.  석탑 바로 옆에는 원증국사 부도가 있는데요, 원증은 보우스님이 입적하신 후에 고려 우왕이 내린 시호입니다. 부도비문은 정도전이 썼다네요.  함씨각은 부근의 함왕혈이나 함왕성 등과 관계가 있습니다. 건물 안에는 함씨 시조의 영정이 모셔져있답니다. 1950년대에 절을 재건할 때에도 함문성이라는 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답니다. 절 경내에 일개 성씨을 위한 전각을 세운 것은 특수한 경우이지요.  절을 둘러보고 나니, 한 선생님과 인연이 있는 주지 화암스님께서 차도 다려주시고 법문도 해주셨습니다. '合掌以花' 손은 더러운 것을 만진다고 결코 오염되지 않으며 손 하나 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두 손 모아 남을 어루만지고 베푸는 공덕을 쌓게 되면 합장한 힘으로 우주의 중심에 깨달음의 연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스님과 하직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나무 그늘 아래서 기도에 열중하고 있는 노 보살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야단법석이 아닌 야단기도석인 셈입니다. 더위를 잊고 합장하신 그분들의 모습이 바로 노사나불의 화신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첨부사진-  참가자 - 왼쪽부터 김석우 선생님, 박미호 님, 조고희 님, 배윤진 님, 엄경숙 님, 한정갑선생님, 서은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