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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7-08-05

    8월 4일 평창 월정사 전나무숲기행

본문

비오는 날에 전화기를 보면서 취소가 될까 나름 생각을 해보면서 억수로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염려를 하다가 일기예보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니 내심 흔들리기도 하지만 비오는 날의 전나무숲은 어떨까 월정사의 풍경은 비오는 날 어떤 느낌일까? 생각의 유혹을 받으면서 출발하였다. 비가 오는 날이라 잠도 잘온다. 하지만 새우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비를 촉촉하게 맞는 자연은 참으로 행복하게 보인다. 비를 좋아하는 자연을 보니 싱그럽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진다. 월정사 전나무숲 대학교 때 엠티갔던 기억이 난다. 월정사 팔각구층탑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서다. 오늘은 전나무숲을 보았다. 비옷을 입고 비를 맞으면서 일주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주문은 두개의 기둥으로 하나의 문이 이루어졌다. 모든 진리는 하나로 돌아간다. 모든 존재는 일심의 작용에 의해 나타난다는 일심동체의 의미를 새긴다. 전나무 숲을 맨발로 걸었다. 포근한 느낌 물의 시원한 느낌 그리고 바닥의 느낌을 함께 느끼면서 걸을 때 신을 신는 것보다 모든 신경이 발에 집중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니 나뭇잎과 줄기가 가리워진 허공이 아름답기만 하다. 쓰러진 나무가 있었다. 전나무는 땅속에서 5년동안 지내다가 싹을 틔운다. 그리고 일년마다 줄기를 내어 자란다고 한다. 7년 된 어린나무를 보니 대견하고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그런가 하면 수명을 다한 나무와 번개 맞아 쓰러지 나무가 있었는데 물론 병들어서 죽은 나무도 있었다. 나무의 껍질은 있지만 안은 텅비었다. 그것은 나무가 생물들의 먹이가 된 것이다. 나무가 잘게 부서지면 흙이 되는데 그전에 톱밥처럼 되어 밟으니 포근하고 아늑하고 부드러웠다. 썩은 나무에 버섯이 자라면 그것을 먹기 위해 민달팽이가 모여든다고 하니 나무는 버리는 것없이 모두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삶의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었다. 자연은 서로 돕고 서로를 위해주고 희생되어도 양보해도 서로를 위해 기꺼이 감내한다는 것은 나에게 삶의 가치관을 새롭게 해준다. 나무는 상처를 받으면 나이테에 남아 있으며 그 상처를 감싸면서 안으로 안으로 치유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본성을 가졌구나 생각하였다. 나무의 벌레들을 맛있게 먹어주는 딱따구리의 집인 구멍을 보니 딱따구리는 정말 원의 예술가이다. 구멍을 그렇게 둥글게 잘 뚫으니 말이다. 딱따구리는 중력의 삼분의 일을 사용하여 나무를 쫀다고 하니 집중력과 부리의 힘이 놀랍다. 작은 새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데 나도 나의 역할에 더욱 성실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천왕문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에서 욕계의 육욕천중 제일천인 사왕천에 거주하는 네 분의 신상을 모신 곳으로 부처님께 귀의한 사천왕이 계신 곳이다. 부처님의 도량과 불법과 불자를 보호하고 온갖 요망하고 삿된 것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파사현정하는 신이 사천왕이다. 우선 동방지국천왕은 칼과 주먹을 쥐고 있는데 선한 이에게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 벌을 주는 국토를 수호하는 신이다. 지국천왕 옆에는 북방 다문천왕이 있는데 비파를 갖고 계신다. 그는 어둠 속을 방황하는 중생을 제도하는 분이시다. 반대로 다문천왕을 마주한 서방 광목천왕이신데 삼지창과 탑을 갖고 계신다. 악인에게 고통을 주어 구도심을 일으키게 한다는 신이다. 그리고 남방 증장천왕은 용과 여의주를 갖고 계신데 힘과 지혜를 상징하며 만물을 소생시키는 덕을 베푸는 분이라고 한다. 아래 있는 사람은 사천왕을 떠받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금강루의 금각역사는 인왕문에 계신데 부처님 가람과 불법을 수호하는 분들이라고 한다. 오른쪽 입을 벌린 분은 아금강으로 힘이 센 나라연 역사시고 왼쪽은 입을 다문 훔금강으로 자취를 드러내지 않는 밀적금강역사시다. 두분은 우주 만물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상징하는 진언 옴을 의미한다고 한다. 팔각구층석탑은 보물 48호로 1962년에 지정되었다고 한다. 상륜부는 탑의 가장 위로 장식을 하였고 가운데는 탑신부로 사리를 봉안하거나 예배의 중심이 된다고 한다. 기단은 밑받침 단으로 가장 아래에 있는 단이다. 고려초 북쪽지방에 유행한 다각다층석탑의 하나라고 한다. 불교의 사물인 범종은 시간을 알리기도 하고 아침과 저녁 예불 시간에 치면 지옥 중생들의 고통이 소멸된다고 한다. 법고는 북소리가 울리듯 부처님 설법이 대천세계 중생의 마음을 진동케 한다는 의미로 가죽을 덮어 쓴 축생들이 구제된다고 한다. 목어는 물고기를 상징하여 수중 고혼들이 구제되며 물고기가 잠잘 때 눈을 뜨고 있듯이 잠자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운판은 허공을 날아다니는 중생과 허공을 떠도는 무주고혼이 구제된다고 하며 공양시간을 알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물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어서 불교가 우주의 모든 사물의 깨달음을 주는 좋은 종교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이제는 심우도이다. 1. 심우는 동자승이 소를 찾고 있는 그림이다. 자신의 본성을 잊고 찾아 헤매는 불도 수행의 입문을 의미한다. 2. 견적은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여 따라가는 그림이다. 수행자가 꾸준히 노력하면 본성의 발자취를 느낀다는 것이다. 3. 견우는 소의 뒷모습 꼬리를 발견하는 것으로 수행자가 사물의 근원을 보기 시작하여 견성에 가까웠음을 뜻한다. 4. 득우는 동자승이 드디어 소의 꼬리를 잡아 막 고삐를 건 모습이다. 수행자가 자신의 마음에 있는 불성을 꿰뚫어 보는 견성단계에 이르렀음이다. 5. 목우는 소에 코뚜레를 뚫어 길들이며 끌고 가는 그림이다. 얻은 본성을 고행과 수행으로 길들여서 삼독의 때를 지우는 단계로 소도 점점 흰색으로 변한다. 6. 기우귀가로 흰소에 올라탄 동자승이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온다. 더이상 아무런 장애가 없는 자유로운 무애의 단계로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때이다. 7. 망우재인으로 소는 없고 동자승만 앉아 있다. 소는 단지 방편일 뿐 고향에 돌아온 후에는 모두 잊는다. 8. 인우구망으로 소도 사람도 실체가 없는 공임을 깨닫는다는 뜻으로 텅빈 원의 그림이다. 9. 반본환원으로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있는 산수풍경으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깨닫는다는 것으로 이는 우주를 아무런 번뇌없이 참된 경지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10. 입전수수로 지팡이에 도포 두른 스님이 포대화상과 마주한 모습으로 육도중생이 골목에 들어가 손을 드리운다는 것으로 중생제도를 하기 위해 속세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월정사 그림은 관세음 보살님의 모습이었다. 자비의 실천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였다. 계곡의 물은 힘차게 흐르고 물안개와 안개가 자욱한 산은 신선도와 같았다. 무릉도원은 바로 그곳이었다. 인연과 연기 그리고 우리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비오는 날 함께 하였고 연기처럼 우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였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자연과 사람과 함께 하면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기행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