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을 품은 법흥사 - 글쓴이 : 박미호 - 활동일 : 2007년 5월 3일 (목) 오전 7시~ 오후 6시 30분 - 참가자 : 7명 ( 강사 2명/ 간사 1명/ 회원 4명 ) 김석우, 한정갑/ 이수진/ 박미호, 배윤진, 서은영, 엄경숙 - 활동내용 : 법흥사 주변 사찰문화유적 탐사 및 식생 탐사 - 탐사지 소개 1. 法興寺 법흥사는 강원도 영월군 사자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적멸보궁을 모신 사찰로 서기 643년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 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당시 자장율사는 신라의 미륵불국토화를 발원하며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코자 당나라로 유학, 중국 종남산 운제사에 모셔져 있는 문수보살님의 석상 앞에서 7일간 정진기도 끝에 마침내 문수보살님으로 부터 부처님 진신사리와 가사, 발우등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태화지에 들러 그 곳 용신으로 부터 선덕 여왕과 국토 수호를 위해 황룡사에 9층탑을 세우라는 말을 듣는다. 자장은 귀국하여 황룡사에 9층탑을 세우고 부처님 진신사리믈 영취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에 나누어 모셨는데 마지막으로 이곳 사자산 연화봉에 사리를 봉안하고 흥녕사( 법흥사의 옛 이름) 를 창건하였다. 그 후 847년 신라 말 선승인 도윤 철감국사가 중국 선종의 중흥조인 마조 도일 선사로 부터 선을 전수 받아 이곳에 '不立文子 直旨人心'을 종지로 하는 사자禪門을 개창 하였다. 이어 철감 국사의 제자인 징효 절중 선사에 이르러 사자선문은 더욱 번창하여 한 때 2천 여명의 수도승이 운집하기도 했던 큰 가람을 이루기도 하였다. 이후 수차례의 화재로 절간을 모두 소실하고 일곱 차례의 중창을 거치며, 오늘날 까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1) 징효국사 부도 절 입구로 들어서서 왼쪽 숲을 바라보면 수령 2백년이 넘었다는 밤나무가 보이고, 그 왼편 아래에 징효국사 부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번창했던 선종의 대 사찰 이었던 흔적은 이 징효국사 부도와 부도비에서 찾아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부도란 스닝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묘탑으로, 중앙의 종탑 모양의 이름 모를 스님의 소박한 석종형 부도에 비한다면, 징효 대사의 국사라는 신분에 걸맞는 팔각 원당형의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2) 징효국사 보인탑비 징효국사 부도의 오른편에는 징효대사 보인탑비가 서있습니다. 용의 얼굴을 하고 여의주를 입에 문 거북이 위에 비석을 세우고 그 위에 용 네마리가 화염에 싸인 보주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형상을 새긴 '이수'를 얹은 전형적인 부도비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비문의 내용은 징효대사의 행적과 당시의 포교 내용을 적고 있으며, 고려 혜종 1년에(944) 부도비를 세웠고, '珤印' 이라는 법호를 받았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3) 종각 오늘날 법흥사에서 볼 수 있는 절 건물들은 대부분 1990년대 말 부터 불사를 시작한 것으로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따져 볼 만한 것은 별로 없답니다. 노태우 대통령 등이 불사한 것으로 종신에 새겨진 종각 앞에 이르자, 한 선생님이 잠시 여기서 불교에서의 종의 생김과 의미를 짚어보고 가자고 하십니다. 종의 상단에 새겨진 '유두'라 지칭되는 9개의 연꽃무늬는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성문, 연각, 보살등의 9품 세계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절에서 저녁종을 36번 울리는 이유는 앞의 9품 세계에 난생, 태생, 습생, 화생의 四生을 곱한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의미에서랍니다. 또 종두에 있는 용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의미와 함께, 기능적으로 종의 소리가 잘 울리도록 '포대'라는 잘 우는 용을 나타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4) 불자동차 사실은 절 앞마당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이 법흥사 전용의 빨간 불자동차였습니다. 재작년에 낙산사가 산불에 휩싸이는 광경을 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던 기억을 되살리니, 조금 낯선 듯 해도 깊은 숲 속에 자리한 산사에는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5) 다향원 공양간에서 이른 공양을 마치고 적멸보궁 쪽으로 오르면서 식생탐사를 시작하기로 하고, 한 선생님의 제안으로 잠시 차 마시는 여유를 가져보았습니다. 다도 강사로 활동하시는 엄경숙님이 간단하게 차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주셨습니다. 우리의 전통 녹차는 봄에 난 새 순을 따서 9번 불에 덖는 과정을 거쳐 상품을 만드는데, 따는 시기에 따라 곡우 전에 따는 우전이 가장 상품이고, 그 후에 따는 것 은 세작, 중작, 말작으로 불린답니다. 우리차는 맛이 신선하고 담백한 반면 그 맛을 오래 보존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라면, 반면에 중국차는 습기가 많은 기후에 맞추어 찻잎을 발효시켜서 만들어서 진한 맛을 내고 그 맛을 비교적 오래 즐길 수 있답니다. 6) 소나무 숲길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 앙 옆으로는 쭉쭉 뻗은 소나무 수 백 그루가 장관을 언출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쓰기 위해 소나무 벌채를 금지하는 '황장금표' 가 새겨지기도 하였다네요. 7) 금강송 보궁으로 오르는 길의 초입 부터 금강송이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금강송은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주로 자라는데,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송이라 이름붙여졌답니다. '춘양목'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요. 흔히 보이는 꼬불꼬불한 일반 소나무와 달리 줄기가 곧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유별나게 붉습니다. 솔잎이 짧고 껍질은 얇고 매끄러우며 나무결이 곱고 단단합니다. 또 잎이 울창하지 않아서 나무 아래의 식생에도 좋은 조건을 제공한답니다. 김선생님은 이 곳 숲은 소나무들이 그 밑에 키 작은 나무들이 마음 껏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함께 어우러져 피톤치드를 풍부하게 내뿜고 있어서 산림욕장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훌륭한 사찰림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해 주십니다. 8) 물푸레 나무 왼쪽 뒤에 물푸레 나무가 보입니다. 나무 껍질이 회백색이며 줄기에 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작은 잎 5~7개로 복엽을 구성합니다. 가지를 꺽어서 돌에 콩콩 찧어 물에 담그면 형광성의 청색이 우러나와 물이 푸른 빛을 띠어서 물푸레나무라고 한답니다. 9) 복자기 단풍나무과로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잔가지는 황갈색이다. 잎은 세 갈래가 난 피침형으로 가장자리에 큰 톱니가 있다. 10) 병꽃나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로 산 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자란다. 가지에는 털이 줄지어 나고 잎은 마주나며 긴 달걀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11) 산 괴불주머니와 뒤영벌 산 괴불주머니는 두 해 살이 풀로 전국 어느 곳이든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중부 지방에 많고 깊은 숲 보다는 반 쯤 볕이 드는 숲 가장자리나 산과 인가가 만나는 곳등 다소 습한 곳을 좋아한다. 이른 봄 부터 늦 봄 까지 오래도록 연노란색 꽃을 피운다. 12) 옻나무의 새순 옻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한 때 재배하기도 했으며 산기슭에서 저절로 자라기도 한다. 옻나무의 수액을 '옻' 이라 하여 전통 옻칠의 원료로 사용한다. 13) 생강나무의 새순 생강나무의 어린가지는 황록색이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형으로 끝이 3 개로 갈라져있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부인들의 머리 기릅으로 썼으며 잎이나 가지를 꺽으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고 한다. 14) 사자산을 바라보며 까막딱따구리 소리를 듣다. 김선생님의 식생 해설을 들으면서 나무와 꽃들을 열심히 관찰하며 숲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사자산이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밀짚 모자를 쓴 절에서 일 보시는 거사님이 우리들의 탐사에 동참할 것을 청하여 함께 하였지요. 김선생님이 숲 속에서 까막딱따구리 소리가 들린다면서 망원경으로 열심히 그 모습을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하자, 거사님은 바로 법흥사 주변이 천연기념물 242호인 까막딱따구리의 보호지로 지정되어 있다며 틀림없다고 확인해 주십니다. 까막딱따구리는 요즈음 번식기를 맞아 산이 울릴 정도로 요란하게 고사목을 두들기는데 이런 소리 때문에 '목탁새'라 불리기도 한답니다. 나무 줄기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나무를 해치는 곤충들을 잡아 먹어서 나무를 건강하게 해준다네요. 그리고는 그 구멍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는답니다. 2. 적멸보궁 적멸보궁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후 최초의 적멸 도량회를 열었던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 금강좌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보궁은 본래 두둑한 언덕 모양의 계단을 쌓고 불사리를 봉안함으로써 부처가 항상 그 곳에서 적멸의 법을 법계에 설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곳 이었다. 진신사리는 곧 부처와 동일체로 부처 열반 후 불상이 조성 될 때 까지 가장 경건한 숭배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적멸보궁은 본래 진신사리의 예배장소로 마련된 절집으로 '모든 번뇌와 망상이 사라지는 보배로운 궁' 이라는 뜻이다. 즉 그 너머로 어딘가에 묻혀있을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마음으로 바라보는 비어있는 공간이다. 1) 석실과 부도 경내 입구에서 5백 이터 쯤 올라가면 적멸보궁이 나타납니다. 적멸보궁 바로 앞에는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수도하던 곳으로 알려진 석실의 입구가 보이고, 그 오른편 옆으로는 이름 모를 스님의 부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2) 석함 부도 오른편으로 자장이 중국에서 불사리를 모셔올 때 사리를 넣고 사자등에 싣고 왔다는 석함이 남아 전설을 증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징효대사기 쓰던 경함이라는 설도 있답니다. 3) 적멸보궁의 불단 적멸보궁은 본래 진신사리의 예배장소로 마련된 절집이므로 불상을 따로 안치하지 않고, 다만 진신사리가 봉안된 쪽으로 불단이 마련되어 있을 뿐입니다. 4)적멸보궁에서 불단을 향해 절하는 회원들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모든 번뇌와 망상이 사라지는 세계에 어느 만큼 다가 섰을까요? 5) 알록제비꽃 적멸보궁에서 내려오는 길가에 알록제비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제비꽃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 산지 그늘 습지에서 자생하며, 원줄기 없이 뿌리에서 잎이 나옵니다. 짙은 녹색의 잎 표면에 잎맥을 따라 백색 무늬가 새겨져 있어 알록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6) 황새냉이 양비귀과의 두 해 살이 풀로 '야근채' 라고도 부릅니다. 논밭 근처나 습지에서 흔히 무리지어 자라며,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 온대지방에 널리 분포하고, 어린순은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꽃말은 '그대에게 바친다' 7) 검은등뻐꾸기와 왜가리 적멸보궁을 둘러보고 다시 법흥사 앞마당으로 내려서는데 김선생닝이 멀리서 '카.카.카.코~' 하고 우는 검은등뻐꾸기 울음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십니다. 검은등뻐꾸기는 뻐꾸기와 비슷해 모습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지만, 소리로는 쉽게 구별된답니다. 산사람들은 그 울음 소리가 마치 '홀.딱.벗.고' 라고 들린다 하여 홀딱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네요. 늦봄 부터 녹음 짙은 한여름 까지 산에서 흔히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홀딱새가 울면 모내기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소리만 들려올 뿐 아쉽게도 그 모습은 끝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참 법흥사로 들어오는 법흥천 계곡에서 긴 목에 회색 빛을 띤 왜가리의 모습을 보았는데요,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사진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왜가리는 그 수명이 70년이나 되는 것이 일본인 학자에 의해 확인된 적도 있답니다. 8) 까치박달의 수꽃 절 입구의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해우소 뒷편으로 까치박달의 수꽃이 만발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치박달은 자작나무과의 갈잎 큰키 나무입니다. 암수 한그루로 황록색 수꽃은 5cm 정도 길이로 지난해 가지 끝에서 한 개 씩 늘어집니다. 9) 층층나무 까치박달 바로 옆에는 이제 막 잎을 내기 시작한 층층나무가 있습니다. 가지가 줄기에 층층으로 돌려져서 수평으로 퍼져서 층층나무라고 합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세로로 얕게 흠이 져서 터집니다. 어린가지가 홍자색을 띄며 가지 끝이 위로 약간 올라간 특징이 보이네요. 3. 무릉리 마애여래좌상 과 무릉계곡 법흥사 답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목에 근처에 있는 마애불과 무릉계곡에 잠깐 들렀습니다. 법흥사에서 나와 수주 방면으로 가다가 '사자산 미륵암'이라는 팻말을 보고 꺽어 들어가면 미륵암이라는 자그마한 암자가 있는데 거기서 산길을 5분 여만 오르면 마애불을 만나게 됩니다. 1) 귀룽나무 마애불로 오르기 전 주천강가에서 수꽃이 만발한 귀룽나무를 만났습니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며 어린가지 끝에 흰색 꽃이 촘촘이 모여피는데 꽃차례 밑부분에 잎이 달립니다. 2) 철쭉 마애불로 오르는 산길에서는 철쭉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철쭉으로 알고 있는 나무는 원래 이름이 '산철쭉' 이라네요. 진달래 보다 조금 더 큰 연분홍 꽃빛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3) 무릉리 마애여래좌상 무릉계곡을 내려다 보는 절벽 위에 선 암벽위에 마애불좌상이 높은 부조로 새겨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힘은 넘쳐보이는데, 몸의 균형이 맞지 않네요. 옷주름과 신체 표현도 형식적으로 보입니다. 고려시대에 지방 장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 된답니다. 강원도 지역에는 마애불이 드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답니다. 4) 무릉계곡 마애불이 자리한 절벽에서 내려다 본 무릉계곡의 모습입니다. 남한강 지류인 주천강 상류인 이 곳은 백덕산과 구룡산에서 흘러온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으로, 놓쳤더라면 아쉬웠을 절경이었습니다. 5) 다시 미륵암 쪽으로 산길을 내려와서 강가로 내려서니 이름 그대로 신선이 머물다 갔을 법한 진기한 계곡의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눈을 감고 머리속으로 다시 그 계곡으로 돌아가 하얀 바위위에 좌정해 봅니다.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