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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6-08-25

    닭의 장풀

본문

  사물에게 처음 이름을 붙여 준 김춘수 시인도 그의 죽음을 시만큼이나 기리는 사람들도 닭 울음 남겨 놓고 함박 웃음 흩날리며 꽃가마 타고 달개비꽃 더미에 포근히 안기었다. 이름표만 쉼 없이 나붓낄 뿐 비바람이 불면 언덕 넘어 강 따라 흐르면서 감청 바다의 외도에 닿아도 언젠가 파도에 잠겨야 하지 않는가? 추억만 남아 가슴에 결결이 무늬를 새기고 천둥치고 번개칠 적마다 후둑후둑 빗방울 치면 연면히 산천과 초목화훼의 살갗과 근골(筋骨)이 찢기어 달과 별이며 꽃과 벌되어 돌고 돌아 수많은 잎새와 가지며 열매까지 매단다. 만추(晩秋) 지나 겨울 뜨락, 황량한 천공에서 사르락 싸르락 눈발들을 데려와도 보듬어 주고 회한의 저녁, 따스한 정과 이름을 도리질하면서 아스라이 설악과 태백을 치달려 7월의 강둑에 나와 초목들이 치렁치렁 발 돋울 때 맞춰 달개비꽃 피어난다. -----달개비꽃을 그리며--/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