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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5-10-31

    선운사 생태모니터링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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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수), 고창 선운사에서 생태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이제서야 보고서를 올립니다. 핑계긴 하지만 그래도 널리 양해를.... 가을 하늘이 맑고 푸르던 날~ 선운사 입구에서 천연기념물 367호인 송악을 만났습니다. 일제 당시 바위에 딱 붙어 사는 습성 때문에 이 진귀한 송악을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해 일본인들이 그렇게 애를 태웠다는 그 꿋꿋한 자태 앞에서 숙연해질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찍긴 했는데 줄기 둘레 80센티미터에 높이가 15미터인지라 제 솜씨로는 도통.... 쩝~)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절 입구에서는 생태공원을 만든다는 푯말이 크게 걸렸고 가림막 저 안에서는 포크레인이 땅을 페헤지고 있더니 도솔암 가는 길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하나는 차가 다니는 길, 또 하나는 보행자 자연체험로. 처음에는 무심코 차길 따라 갔습니다만 뒤늦게 보행자 자연체험로로 들어서 갔습니다. 숲 속으로 난 길이니 그 정취야 더 말할 수 없이 좋았지만 자꾸만 씁쓸해 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광호쌤이 이 정도 길은 자연 훼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줘야 한다고 말씀 하셨지만 그래도 숲 속까지 들어선 벤취며 그 아래 짓밟혀진 꽃무릇의 흔적들, 길을 내느라 잘라 버린 나무들의 밑둥들이 눈에 밟히기만 했습니다. 그 무렵 만난 두 그루의 나무, 광호쌤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는 그리움의 거리라고.... 더 이상은 어찌해 볼 수가 없는 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타인과의 거리라고......  6개 꽃잎을 활짝 피운 꽃무릇  꽃이 지고난 자리에서 푸릇푸릇 올라온 꽃무릇의 잎사귀들 분명 한 몸이건만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이, 바로 꽃무릇의 꽃과 잎의 사이입니다. 진홍빛 6개의 꽃잎을 활짝 열고 있는 꽃무릇이 늦게나마 남아 있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리고 그 곁에 이미 져버린 꽃을 그리워 하던 푸른 잎으로 돋아나고 있는 잎의 자태.... 더러 이런 생태를 두고 상사화라고 하는 이가 있습니다만 똑같은 생태를 보이는 녀석이 따로 있구요. 선운사 주변에서 가을이면 지천으로 피는 이 녀석들은 꽃무릇이란 제 이름이 따로 있답니다. 또 예전 선운사에는 불화를 그리는 스님이 많으셨던지 이 꽃무릇 뿌리에는 그림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부제 성분이 있어 스님들이 그것을 추출해 쓰느라 절 주변에 꽃무릇을 이렇게 심고 가꾼 것이라고 합니다. 오해 없으시길....  이삭 여뀌  개여뀌 가을이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뀌입니다. 위의 것은 자세히 보면 아치 이삭처럼 꼬리들이 달려 있습니다. 또 꽃의 색깔도 더 진한 붉은 빛으로 저를 치장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이삭여뀌~ 아래 것은 붉은 색이긴 하나 좀 분홍에 가깝고 송알송알 꽃들이 붙어 피는 개여뀌랍니다. 농부들은 잡초라고 눈여겨 보지도 않던 것들인데 오늘 우리는 이렇게 찾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이 씁쓸함은 또 어쩌라구..... 여하튼 가을 하늘 아래 빠알간 몸짓으로 헛헛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여뀌의 모습, 이젠 구별해 보십시다.  모처럼 생태모니터링 팀원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찰칵~ 앞줄 왼쪽부터 숲에만 가면 기운 넘치는 우리의 이광호 쌤을 비롯해 김자경, 김자현 님 뒷줄 오른쪽부터는 윤영숙, 김지경, 정애리 님입니다. 우리의 큰 언니 윤말재 님이 친지 상을 당해 함께 못하셨는데요. 섭섭합니다~ 도솔암에는 커다란 찻집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인지 널찍한 터가 닦여 있기도 했는데요. 4~5년 전쯤 왔던 그 길이 전혀 아니더군요. 그 달라진 모습에 잠시 전에 선운사를 왔었던가 아리송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도솔암 아래 숲의 신비한 기운은 지금까지도 큰 숨 들이쉬면 이내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