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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05-09-03

    상림 숲기행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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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T;;.......... 으아앙~ 이거이 두 번째 쓰는 보고서입니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작업해 완성한 보고서를 한 순간에 날려 버린 이 허무함, 울화통, 이해하시것습니까!!!! 하여간에 맑고 향기로운 이들 45명 + 기사아자씨까지 모두 46명이 경남 함양의 상림으로 숲기행을 지난 8월 28일 다녀왔습니다.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날씨 조옿코요, 모두가 활짝 웃는 얼굴로 모였습니다. 뭐, 서너 분이 지각을 하시는 바람에 7시가 아닌 7시하고도 20분에 추울발~ 하긴 했지만서두 서로서로 이해하는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숲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 '상림'입니다.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했다는, 단 하룻밤 사이에 물길을 서쪽으로 돌려서 고구마처럼 생겼다는, 금으로 만든 호미 하나 들고 인근 백운산, 가야산에서 나무를 캐다가 파파팍~ 만드신 그리하여 백성들을 잦은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 주셨다는 지금까지도 함양백성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고운 선생의 전설이 성성히 살아있는 바로 그 '상림'입니다. 본디 이름은 대관림이나 후대에 홍수가 다시 났던지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어졌다가 급기야 하림은 인가가 자꾸 들어서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이고 여기 상림만이 인가 가까이 있음에도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지금까지 보존이 되고 있다는 그 '상림'입니다.  상림 초입에 모여 섰습니다. 졸참, 갈참, 졸갈참, 윤노리, 가막살 등등 낙엽활엽수들이 울울창창합니다. 숲의 천이 중 가장 발달된 형태에서 보인다는 참나무 류 나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나무 밑둥에 톱으로 싹싹 잘라낸 듯한, 도토리 한 개에 잎사귀 서너개가 달린 채로 떨어져 누운 나뭇잎들을 봤습니다.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 범인은 바로 도토리 가위벌레라고 합니다. 이 녀석은 도토리 속에 알을 낳아 놓고는 잎사귀를 프로펠러 삼아 안전하게 도토리가 떨어지도록 염두에 두고 줄기 똑 잘라 떨어뜨린 답니다. 그럼 유충이 그 속에서 자란다는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재주 아닙니까~  상림 숲에서 살짝 벗어나니 온통 연밭입니다. 홍련지, 백련지, 이름도 생소한 각종 수련들, 수생식물들이 제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정신 없을 정도로 연에 취해 돌아보려니....  어디선가 불현듯 나타난 상림 지킴이 자원봉사 아저씨~ 상림에 대해, 연못의 연들에 대해 친절하게, 상세하게 안내해 주시네요. 전번 답사 때는 비가 와서인지 아무도 안계시더만.... 안타까운 것은 오후 1시 쯤 오면 부레옥잠 한 뿌리 씩을 선물로 주시겠다 했건만 일정 상 꼭 받고 싶은 선물도 마다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가시연꽃잎입니다. 마치 지질도를 올려놓은 듯 뾰족뾰족 솟아오른 잎사귀를 들여다보려니 왜 문득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것도 내 눈으로 본 것이겠지만 무엇이 그리도 염려되어 제 몸을 저렇듯 공격적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망상에 그만.....  하지만 뜨거운 햇볕을 가리려는 지 살짝 제 잎사귀 뒤로 얼굴을 가리고 우리를 오히려 바라보는 듯한 저 홍련 앞에서는 그만 웃음이 온 얼굴로 번집니다. 코는 절로 벌름벌름, 그윽한 연향에 나도 몰래 닫혔던 가슴문이 뻐이꺽 열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한 시간 가량 상림을 둘러보고 이어 찾아간 곳은 지리산 휴양림! 지금은 숲해설가 선생님과 공부하는 착한 학생들입니다. 연꽃팀, 도토리팀, 수련팀으로 나뉘어 세 분 선생님을 졸졸졸 따라 다니며 열심히 배웁니다. 눈도 반짝, 귀도 반짝, 머리도 반짝..... 저렇게 한 공부 지금까지 다 기억하고들 계실라나!!!!  출렁다리도 출렁출렁 건너고, 나뭇잎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튼실한 나무 줄기도 슬슬 만져보고, 소금맛나는 열매도 먹어보고 필기도 하고.... 게다가 출렁다리 어지러워 못건넌다는 회원님 먼저 건너라고 어깨도 내어주고.... 바쁘다, 바뻐~~  여기서 잠깐, 오늘의 복습 과제.... 이것이 바로 나도밤나무 잎과 꽃입니다. 옛날 한 가난한 부부가 산신령에게 밤나무 천 그루를 심지 않으면 호랑이로부터 화를 당할 것이라는 끔찍한 말을 전해 듣습니다. 덜컥 겁이 난 이 부부, 산을 홀딱 뒤집어 밤나무들만 찾아다가 열심히 심었건만 약속한 날짜까지 심은 것을 999그루. 더 이상은 밤나무를 찾을 길이 없어 애를 태우는 이 부부의 얘기를 지나던 율곡 선생이 들으시고 어느 나무를 가리키니 그 녀석이 '나도밤나무요~'하고 소리쳤답니다. 하여 그 나무로 천 그루를 채워 호난을 면했다는 야그..... 여기서 밤나무와 잎의 생김새가 매우 흡사해 이름을 얻었다는 나도밤나무의 전설이 생겼고...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데 잎은 물론 열매까지도 흡사해 실질적인 밤나무 사촌은 너도밤나무라는 공부를 우리는 그날 했습니다. 기억들 하시지요~ 게다가 이 야그를 직접 그 옛날 밤나무들 회의 석상에 참여했던 한 여인네로부터 직접 들을(?) 이야기는 믿을 수밖에요. ^____^  그날 우리는 조릿배도 만들어 띄웠습니다. 연꽃 팀은 지금 내가 가장 버리고 싶은 욕심을 담아 띄웠습니다만 이렇게 어여쁜 모습까지 공개하는 이 분들, 모녀지간입니다. 지난 달 무의도 숲기행 때 큰 수술하신 지 얼마 안되셨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던 분입니다. 당신은 더 하셨지만.... 하지만 감사하게도 아무 탈없이 함께 동행할 수 있었고 오늘 다시 따님과 함께 오셔서 조릿배 만들고 계시네요. ^ ^ 함께 해 주셔서 무지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이렇게 상림 숲기행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멀리 남쪽으로 오랜시간 오고 가느라 무도들 힘드셨을텐데... 모두가 환히 웃는 얼굴로 서로를 먼저 배려해 주시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맑고 향기로운 이들과 함께 하는 생태기행은 이래서 언제라도 즐겁고, 기쁘고, 보람있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아자아자, 맑고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