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 듯 하여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태백산이 아닌 섬으로 떠나기로 말입니다. (그 섬에서 귀한 식물들을 많이 만나 팀원 합의 하에 장소를 밝히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청미래덩굴이 울울창창한 숲속을 헤치면서 6명의 1기 생태팀은 산을 올랐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적은 듯 얼굴에는 거미줄이 턱턱 와 붙고, 꾸물꾸물한 날씨는 땀을 온 몸에서 퐁퐁 솟게 합니다. 어느새 들풀은 물론 나무들까지도 꽃들을 다 떨구고 잎사귀의 녹색을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숲속에서 만난 안내판 하나. "빨래터, 우물가 등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마리는 <고마운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들풀입니다" 우리의 고마리 아줌니, 바로 부러움의 눈길 한 몸에 받고는 당신도 좋은 지 함박웃음 짓습니다. 해맑은 그 웃음.... 아니 그런데, 여기가 섬이긴 하지만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곳은 분명 산인데 <게>들이 곳곳에서 보이네요. 다리가 빨간 녀석도 있구요.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나무 줄기 구멍 속 제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저거, 게 맞나요? 우리의 최쌤, 게는 게지요.....! 하실 뿐입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 올라서서 땀을 식히다 보니 키 작은 소나무에 다닥다닥 붙어서 '일'을 벌이고 있는 하늘소류 곤충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세상에! 남녀 한 쌍씩 가지마다 차지하고 있네요. 그 모습 재밌어라 하면서도 저마다 카메라에 그 모습 담느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1기 팀원들~ 당신들을 사생활 침해 죄로 거시기 해불랍니다아~ 이번에는 바닷가 바위틈을 비집고 다녔습니다. 갯메꽃이 반겨주고, 모레지치, 해당화가 거기서 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멀리 보이는 바다를 그리는 듯 하얗고, 노란 꽃을 함께 피운 인동이 바위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외로운 모습이라니...... 중앙모임에서 생태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처음 찾아가본 바닷가, 그 작은 섬에도 이렇게 많은 풀꽃들이, 나무들이 그리고 게들이, 조개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울러서 바닷가 바위 틈마다에는 패트병이며, 요구르트병, 노끈들, 찢어진 그물, 옷가지, 신발 등등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아수라장이 슬펐습니다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더 슬펐습니다. 맑고 향기롭게 회원 여러분! 우리들만이라도 올 여름, 피서가서 내 쓰레기는 물론, 이웃들이 버린 쓰레기들 꼭 다시 되가져 와 우리의 바다, 산이 쬐금이라도 깨끗해질 수 있도록 해 보십시다. 꼬옥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