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철학을 설파했던 법정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길상사(吉祥寺) 설법전에서 11시부터 약 1시간 30분간 추모 법회를 봉행하였습니다.
‘법정 대종사 10주기 추모 법회’에는 송광사 방장 스님과 중진 스님, 불자 등 사부대중 600여 명이 참석하여,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기리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법회가 열린 길상사 설법전은 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습니다.
이날 법회는 사시예불에 이어 명종(鳴鐘)과 개회사,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천도의식인 종사영반(宗師靈飯), 헌화 및 헌다, 법정 스님의 문중인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의 추모 법문, 혜총 스님과 윤청광 전 맑고향기롭게 이사(대한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의 추모헌사, 법정 문도회 맏상좌 덕조 스님 인사말, 길상사 합창단의 추모 헌음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법정 스님 10주기 추모법회’에서 스님의 생전 법문을 영상으로 공개하였는데,
2006년 4월16일 봄 정기법문으로 ‘스스로 행복하라’는 주제로 맑고향기롭게에서 편집한 영상입니다.
“여러분, 행복이 무엇입니까? 원하는 것을 갖게 되면 행복을 이루게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아닙니다. 아무리 소중하고 갖고 싶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희미해 집니다. 덧없는 것,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요구하고 추구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입니다.”
법정 스님의 생생한 법문에 불자들이 눈물과 웃음,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형형한 눈빛과 카랑카랑한 목소리,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새삼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무엇에 쫓기듯 살아서는 안됩니다. 안정되고 차분한 마음으로 사물의 아름다움을 음미해보세요.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 나무만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행복이라는 삶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습니다. 행복은 다가올 미래의 어느 순간, 어느 때에 예정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현재 이 순간 함께하는 것입니다.”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을 움직이는 법문, 그리웠던 스님의 생전 모습에 설법전을 가득 메운 600여명의 대중들은 눈물을 훔치면서도, 미소 가득한 얼굴로 법문에 집중했습니다.
날카로운 시선 속 따뜻한 미소는 스님의 가르침 그 자체였습니다.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은 이어 진행된 추모법문에서 “스님이 속환사바하시길 바라는 마음이 모인 추모법회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여전히 스님의 가르침이 우리들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 가르침을 계승하고 실천한다면, 이 같은 노력으로 우리 스스로 스님의 화신이자 분신이 된다면 스님이 살아계신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추모의 뜻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의 추모법문에서는 30년 전 길상화 보살이 당시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보시할 당시, "승속을 떠나 사부대중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법정 스님의 깊은 고민과 노력 등을 전해 뭉클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계종 전 포교원장 혜총스님은 코로나 19를 화제로 삼으며, 개인과 사회,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자 했던 스님의 법문을 상기시켰으며, 윤청광 초대 본부장님은 법정 스님으로부터 ‘맑고 향기롭게’ 라는 여섯 글자를 화두처럼 부여 받은 그 때를 마치 어제처럼 되새겼습니다.
윤청광 (현 대한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 본부장님은 “‘맑고 향기롭게’ 지부를 만드느라 지방에서 야간 법회를 하는데 법정 스님이 ‘늙은 중을 끌고 밤무대까지 뛰게 하느냐’ ‘부산 광주 찍고 전국 순회공연 한다’며 웃던 기억이 난다”고 말해 청중 사이에 폭소가 터졌으며, "일반적으론 꼬장꼬장하고 까탈스러운 분으로 알고 있지만 법정 스님은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분이었다"며 말씀하였습니다.
문도대표로 덕조 스님의 감사 인사말로 은사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금, 문도끼리 화합하여 맑고 향기로운 도량을 가꾸어 갈 것을 대중에게 다짐하였으며, 길상사 차기(9대) 주지로 덕일 스님을 문도회에서 연임 결정하였음을 공지하였습니다.
이어서 길상사 합창단의 법정 스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음성공양을 올렸습니다.
(사)맑고 향기롭게에서는 10주기 추모법회에 참석하신 추모객을 위하여 작지만 귀한 선물로 "법정스님의 대표 산문을 엮은 '스스로 행복하라' 와 ‘맑고 홍보물’이 함께 포장된 책선물을 준비하여 나눠드렸습니다.
법정스님 10주기 추모법회 녹화 중계 영상보기 :
한편 맑고향기롭게는 추모법회를 시작으로 음악회와 사진전, 특별좌담회 등 다채로운 추모행사를 진행하여 팍팍한 사회 속 스님의 맑은 가르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자 합니다.
2월18일부터 3월11일까지 경내 길상선원에서는 스님의 생전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립니다. 길상사와 불일암에서의 스님 모습을 기록한 사진 작가의 사진을 통해 스님의 다양한 생전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3월8일에는 오후 1시30분 설법전에서 ‘법정 스님을 그리는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무소유를 읽다’가 진행됩니다. 정호승 시인과 김선우 작가, 이계진 아나운서, 변택주 작가, 정인성·이길자 시낭송가가 스님의 대표적인 저서 ‘무소유’ 일부를 낭독합니다. 이를 통해 수행자이자 문학인으로서 스님의 발자취를 되짚고 글귀에 담긴 뜻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 될 전망입니다.
(무소유 낭독 음악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건강과 안전을 위해 취소됨)
10주기 추모법회를 맞이하며, 길상사 진영각에 스님의 온기가 묻어나는 유품들도 새롭게 전시하였습니다.
손수 쓴 친필 원고와 50년이 넘은 누비옷, 1967년부터 사용한 세숫대야, 1970년 초에 사용한 거울 등이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친견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