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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04-05-25

    5월선수련회 후기 - 모기 두마리

본문

슬기로운 자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선수련회 마친후 회향식때 지수스님께서 해주신 법문의 첫번째 말씀입니다.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반드시 되갚음을 받는다... 남을 용서하는 사람이야말로 용서를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말라버린 폐부를 후벼파고 듭니다. 24시간 묵언이 아니었다면 그냥 놓치고 지나가거나, 흘려들었을 듯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렇게 명료하게 뇌리에 사무칠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입을 영영 봉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바로 내 옆에서 함께 생활해왔었음을 고백합니다. 새벽에 108배 한 후 설법전 복도에서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온갖 새소리를 들으면서 좌선에 몰입할때 몸서리치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자세 흐트러지지 말라고 내려치시는 경책 소리가 눈물 나도록 고마왔습니다. 참선하는 도중 무릅의 고통이 정말로 신기하게도 사라져가고, 모기 두마리가 콧잔등과 귀에 내려 앉아서 바늘을 꼽고 싫컷 피를 빨아먹은 후 날아가는 과정을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지난날 조그마한 모기를 겁먹고 피해다녔던 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모든 심신의 고통도 마음 먹기 나름인 것을.. 결리고, 아프고, 쑤시더라도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는 지수스님의 엄격한 말씀이 너무나 고마왔습니다. 자기가 식사한 그릇에 물을 붓고 단무지 하나로 깨끗이 닦은 물을 씩씩하게 마시는 나이 어린 수련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좀 더 일찍 참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왔었으면 하는 회한도 들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각오를 합니다. 이런 기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 제 처와 자식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 후배들, 즐거워하거나 혹은 마음 아파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올립니다. 함께 수련하면서 동고동락하신 수련생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다른 기회에 다시 함께 묵언과 참선의 기쁨을 맛보고자 합니다. 진행을 맡으신 젊고 열정적인 현장스님, 지산스님, 강석스님과 자상하신 간사님, 자원봉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평안하십시오. 보시 3번 홍순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