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동 “법정 스님의 침묵은 항복 아닌 저항”
길상사 첫 세미나 “불일암으로 들어간 침묵, 시대 폭력 맞선 수행의 언어”![]()
불일암에 계시던 법정 스님 (사진=맑고향기롭게)
“법정 스님에게 침묵은 단절이 아니었다.”
여태동 박사(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신문 기자)는 19일 길상사에서 열린 제1회 법정 스님 학술세미나에서 “1975년 인혁당 사건 이후 불일암으로 들어간 법정 스님의 침묵은 항복이 아닌 저항, 수행으로 표현된 민주화운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여 박사는 '법정 스님의 민주화 운동과 전개과정'에서 “비폭력 실천이야말로 스님이 시대의 폭력에 맞서 택한 가장 근원적인 민주주의의 형태였다. 스님의 침묵은 세상을 외면한 은둔이 아니라, 폭력의 구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항의”라고 했다.
“행동하는 지식인, 수행으로 저항한 사상가”
여 박사는 “법정 스님은 사상가이자 행동가였다. 1970년대 유신체제 아래에서도 스님은 양심의 언어로 사회를 향해 말했던 수행자”라고 했다.
이어서 “함석헌, 장준하, 이병린 변호사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에 참여한 스님은 당시 불교계를 대표해 종교적 양심행동을 실천했다. 법정 스님의 저항은 폭력이나 선동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수행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1975년 4월 8명 사형이 하루 만에 집행된 ‘인혁당 사건’은 법정 스님 생애의 전환점이었다. 법정 스님은 그날 이후 세속의 말 대신 수행의 침묵을 택했다.
여태동 박사는 "불일암으로 들어간 것은 도피가 아니라 수행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지키는 일이었다. 세상과 단절한 침묵의 시간은 곧 사유의 혁명이었다. 스님의 은둔은 저항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했다.
“비폭력은 수행 철학이자 민주주의 윤리”
여 박사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사회철학적으로 해석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단순한 청빈이 아닌 권력과 소유의 구조를 거부한 철학적 선언이었다.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내면의 자유를 택함으로써, 그는 권력의 언어를 무너뜨렸다”고 강조했다.
여 박사는 “간디의 아힘사와 법정 스님의 비폭력은 뿌리가 같다. 둘 다 타인을 해치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바꾸려는 실천의 윤리”라고 했다.
이어서 “법정 스님의 민주주의는 제도나 구호가 아니라 수행의 윤리였다. 비폭력, 무소유, 침묵 등 이 3가지가 법정 스님의 정치철학의 축을 이뤘다.스님은 세속의 언어 대신 수행의 언어로 저항했다. 그 침묵은 항복이 아니라 ‘연기의 눈으로 본 저항’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언어의 폭력과 권력의 탐욕 속에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법정 스님의 침묵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경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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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님의 심부름꾼이었다”…백경임 교수 증언
“법정 스님의 민주화운동은 불교의 사회참여 그 자체였다”
토론자 백경임 명예교수(동국대)는 법정 스님의 민주화운동을 직접 목격했던 경험을 증언했다.
백 교수는 “나는 젊은 시절 법정 스님 곁에서 여러 일들을 도왔다. 스님의 심부름꾼으로 당시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전하고, 스님의 말씀을 대신 전달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이어서 “스님은 절대 큰소리로 세상을 꾸짖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누구보다 강력한 외침이었다”고 했다.
백 교수는 “법정 스님은 ‘정치적 인간’이 아니라 ‘윤리적 인간’이었다. 그분의 민주화운동은 권력을 향한 투쟁이 아니라,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비추려는 수행자의 실천이었다”고 했다.
또 “불일암은 단순한 산중 암자가 아니라, 당시 사회적 양심이 머물던 공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스님을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스님은 그들에게 ‘소리치지 말고 살아 있는 양심이 되라’고 일깨워주셨다”고 회상했다.
백 교수는 “법정 스님은 종교인의 사회참여를 가장 고귀한 형태로 구현한 분이었다. 폭력에 대항하지 않되,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불교적 민주주의의 길이었다”고 했다.
“비폭력과 침묵, 지금도 유효한 민주주의의 언어”
여태동 박사는 “법정 스님의 민주주의는 정치가 아니라 수행이었다. 비폭력은 스님의 신념이자 존재의 방식이었다. 스님은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자신을 비웠다. 그러나 그 비움이 세상을 바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다시 폭력과 분열로 흔들릴수록, 법정 스님의 침묵은 더 강하게 울린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거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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