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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5-04

    [경향신문] "맑고 향기로운 무소유의 참 뜻을 기립니다", 법정스님 열반 10주기 추모식 -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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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 무소유의 참 뜻을 기립니다", 법정스님 열반 10주기 추모식

도재기 선임기자


맑고 향기로운 삶으로 ‘무소유’의 참 뜻을 설파한 법정스님(1932~2010) 열반 10주기 추모법회가 19일 서울 길상사에서 봉행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 속에서도 ‘법정 대종사 10주기 추모 법회’에는 스님과 신자 등 600여 명이 참석,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기렸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발족시킨 시민모임 (사)맑고향기롭게와 길상사가 주관한 추모법회는 이날 오전 11시 설법전에서 진행됐다. 추모법회에서는 불교 의례에 이어 법정스님의 생전 영상 법문, 상좌인 덕일스님의 인사말, 추모 법문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스님의 영상 법문은 지난 2006년 4월 길상사에서 ‘스스로 행복하라’란 주제로 열렸던 봄 정기 법문의 일부를 편집한 것이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스님이 생전에 늘 강조하시고 마지막까지 남기신 청빈의 가르침에 따라 간소하게 봉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법정스님은 10년 전 입적을 앞두고 다비식과 관련,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길상사와 (사)맑고향기롭게는 10주기를 맞아 법정스님의 생전 가르침을 되새기는 다양한 추모 문화행사도 마련했다.

먼저 ‘비구 법정 사진전’이 18일 막을 올려 3월 11일(법정스님의 양력 입적일)까지 길상사 길상선원에서 열리고 있다. 미공개 사진들도 포함된 사진전에는 송광사 불일암과 길상사 등에서 스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가 이종승·유동영 등 7명 작가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 사진들은 맑고향기롭게에 기증된 것이다.

3월 8일 길상사 설법전에서는 낭송회와 음악회가 어우러진 ‘법정스님을 그리는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무소유>를 읽다’가 개최된다. 문학가들이 스님의 대표 저서인 수필집 <무소유>에서 ‘무소유’ ‘오해’ 등의 일부 글을 선정, 낭독하며 출가 수행자이자 문학인으로서의 스님의 발자취를 기리는 것이다. 낭독회에는 시인 정호승, 소설가 김선우, 아나운서 이계진·작가 변택주(이상 전 맑고향기롭게 이사), 정인성 수원시낭송가협회장이 참여한다. 음악회는 작곡가 김현성, 가수 박창근, 김은진 해금연주자(대구시립교향악단)가 무대를 꾸민다.

‘법정, 나를 물들이다’란 주제로 법정스님의 유지를 이야기하는 명사초청 좌담도 10개월 동안 매월 한 차례씩 이어진다.

한편 (사)맑고향기롭게는 출간이 중단된 스님의 저서들을 입적 10주기를 맞아 전자책으로 제작, 이르면 4월부터 홈페이지에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법정스님은 입적을 앞둔 2010년 2월 유언장을 통해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밝혀 저서 출간이 중지됐다. 법정스님의 모든 저작권을 상속받아 관리하고 있는 맑고향기롭게 측은 “스님 저서들의 전자책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10주기 문화행사로 송광사와 불일암, 길상사, 통영 미래사, 하동 쌍계사,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서울 봉은사 등 법정스님이 수행했던 수행처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공모한다. 또 어린이 글짓기 대회 등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