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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4-28

    [국제신문] 국제초대석 <50> 박수관 ㈔맑고향기롭게 부산 회장 - 201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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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초대석 <50> 박수관 ㈔맑고향기롭게 부산 회장

인생에서 잠시 보관하는 돈, 자랑만 말고 가치 있게 사용해야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4-02-11 19:28:27
  •  |   본지 11면
 

- 섬유화학 제품 기업활동 바탕
- 기부·봉사로 세간에 더 알려져
- 끼니 잇기 어려웠던 유년시절
- 이웃들 따뜻한 나눔에 큰 영향

- 25년 전 법정스님 만남 계기로
- 단체 결성… 본격적 사회 공헌
- 작년 부산자원봉사대상 제정
- "사진 찍기용 보여주기 그만…가진 사람들, 나눔 동참해야"

"부를 더욱 가치 있게 쓰는 법은 재산 상속이 아닌 사회환원이다." "기부는 특권이자 행복."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기로 순위를 다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해마다 포브스와 같은 곳에서 기부 순위를 발표한다. 기관마다 기준이 조금씩 차이나 약간의 순위 변동은 있지만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 부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으로 부의 순위와 기부금의 순위가 대체로 일치한다. 이 같은 개인 기부자의 기부는 미국 전체 기부금의 70~80%를 차지한다. 이들은 기부뿐만 아니라 때로는 직접 봉사에 나서기도 해 사회지도층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부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만은 않다. 미국과 달리 기부와 봉사에 관한 분명한 가치관을 지니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기업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인 기부와 봉사활동을 펼치는 박수관 (사)맑고향기롭게 부산모임 회장에게서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어린 시절 나눔의 기억이 밑바탕"

섬유화학 제품 등을 생산하는 (주)와이씨텍(YC TEC) 대표이기도 한 박수관 회장은 기업활동보다도 기부와 봉사로 세간에 더 잘 알려졌다. 그렇다고 기업활동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활동에서의 성과가 기부와 봉사의 근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일 터이다. 박 회장도 기업 경영이 우선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는 "외부적으로 기부·봉사로 알려지긴 했지만 기업 활동이 우선이다. 책임을 지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봉사활동은 기회를 자주 만들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12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받을 정도로 기업 경영에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한 봉사를 더 평가받는 듯하다. 2009년에는 부산상공회의소가 시행하는 부산산업대상에서 봉사대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동명대상 봉사부문 상을 받았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없는 가운데서도 나누던 고향 시골 마을의 기억이 나눔과 봉사의 길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지금이야 말해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끼니를 잇기 어려운 찌든 가난을 겪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매일 배를 채울 궁리를 해야 해 부모님이나 나 자신에게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자라며 이웃들이 없는 형편에도 나누는 인간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제사 음식을 같이 나누고, 길흉사를 겪을 때도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하며 나누는 모습이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스스로 곧게 자라야겠지만 이웃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 "돈의 가치 소중히 쓸 줄 알아야"

세상에 흔히 말하는 '부자'는 많지만 이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뿐 돈의 사용과 관련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돈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는 박수관 회장도 소유물로서의 돈보다는 그 돈을 어디에 쓰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봉사하는 사람은 DNA부터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이 가진 분은 주변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돈의 가치와 무게를 자랑할 줄은 알지만 이를 소중하게 쓰는 법은 모르는 이가 있죠. 법정 스님께서 하신 '우리가 사는 우주 안에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로 명예와 권력, 돈은 인생에서 잠시 보관하는 것'이란 말씀을 되새깁니다. 이 모든 게 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원히 내 것은 아니기에 내가 보관하고 있는 것을 좋은 곳에 얼마나 가치 있게,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의 기부와 봉사는 그의 말을 따르면 수중에 돈을 '보관'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33년 전 사업의 시작이 기부의 시작인 셈이다. 그렇지만 체계적인 기부와 봉사는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으면서 시작된다.

"노력과 기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활동하던 중 자연스럽게 법정 스님과 만나게 됐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기부와 봉사활동을 했지만 25년 전 법정 스님과 함께 '맑고향기롭게'를 만들고 거기서 역할을 맡으면서 봉사 활동하는 이들의 구심점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맑고향기롭게'가 기부와 봉사의 DNA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난해 연말에는 부산자원봉사대상을 제정해 제1회 수상자 11명을 배출했다. 이들을 보면 대부분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하면서 '넉넉한 마음'을 보여준다. 박 회장은 "생활이 어려운 서민층이 자원봉사는 더 열심히 한다. 오히려 중산층은 거부반응을 보인다. 자원봉사의 가치를 사회에 알리고 활동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상을 제정했다. 올해는 단체상 등으로 시상을 확대해 더 많은 관심을 일으키도록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어려운 사람이 더 열심히 하더라"

박 회장은 요즘의 기부와 자원봉사 세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비판의 말을 건넸다. 보여주기식의 기부활동에는 거부반응을 보였다. 또한 선의를 가진 기부자들이 가장 필요한 곳에 전달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시스템의 부족을 지적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기업인이 각자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활동이 단편적이거나 보여주기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2012년 고향인 전남 여수의 낙도로 부산지역 의사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갔는데 처음엔 애를 먹었습니다. 여러 단체가 와서 사진 찍기 위한 봉사를 하고 간 탓입니다. 우리도 처음엔 주민들이 '사진 찍으러 왔나 보다' 하고 외면했죠. 성실하게 하니 알아주더군요."

박 회장은 진료 결과 암 소견이 나온 주민에게 2차 진료 비용을 지원하고 수술이 필요할 땐 수술비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봉사에서도 20여 명이 암 소견으로 2차 진료를 받았다. 전남 여천(지금의 여수) 출신인 박 회장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여수 지역 장애인들을 위해 명절 때마다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쌀을 보낸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에 그늘진 곳이 많다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더 많은 이가 기부와 봉사에 나설 것을 희망했다.

"맑고향기롭게 운영위원과 자문위원들에게 산동네에 가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일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이들을 우리가 모두 도울 수는 없습니다. 정부도 역할을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지원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정책적 지원이 어려운 이가 용기를 갖고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얻도록 해 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회 양극화 개선을 위해 가진 사람들이 나눔에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맑고향기롭게는

- 법정스님 '무소유' 뿌리…사회공헌·자연정화 활동
- 1994년 3월 첫 모임 시작으로 부산·경남·서울·대구·광주 등서 운영

(사)맑고향기롭게는 무소유 사상을 설파하던 법정 스님이 살벌하고 삭막한 현실에 푸근하고 향기로운 마음의 연꽃을 피우자는 소박한 마음을 담아 순수 시민운동을 주창하며 시작됐다. 이름의 '맑음'과 '향기로움'은 법정 스님의 말씀과 글에서 가장 자주 표현된 문구로 스님의 정신과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법정 스님은 창립 10주년이던 2004년 법문에서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를 뜻한다"는 정의를 내려 모임의 지향점을 확실하게 밝힌 바 있다. 개인의 수양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역할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이름은 2006년에 나온 법정 스님 대표 산문선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를 실천 덕목으로 해 1994년 3월 첫 모임을 했고 이어 4월에는 부산모임이 열렸다. 지금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대구, 경남, 광주, 대전에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박수관 회장은 법정 스님과의 인연으로 맑고향기롭게의 시작부터 함께해 1994년부터 지금까지 부산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부산모임도 실천 덕목에 충실하게 개인의 맑은 삶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삶, 자연을 자연 그대로 지켜나가는 일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맑고향기롭게의 활동 중 사회공헌 활동은 특별히 더 활발하다. 이 가운데서도 홀로 어르신을 위하는 일에는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박 회장은 "자식이 있어도 관계가 소원해 홀로 사는 분이 많다. 이 중에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생계 지원을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 이런 분들에게 더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자연정화활동과 청소년 자원봉사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에 하는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에는 해마다 1000~1500명이 참가한다.


※박수관 회장 프로필

▷1950년 전남 여수 출생

▷1994년 4월~현재 (사)맑고향기롭게

부산모임 회장

▷1999년 10월 자랑스런 부산시민상 대상

▷2000년 6월 최우수 중소기업인상

▷2004년 3월 국민훈장 석류장

▷2006년 2월~현재 조계종 부산불자회 회장

▷2010년 1월~현재 베트남 명예총영사

▷2011년 10월~현재 재부산호남향우회 회장

▷2012년 12월 제49회 무역의날 동탑산업훈장

▷2012년 12월 베트남 최고 우호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