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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스님이 발족한 모임 ‘맑고 향기롭게 ’ 이사장 덕현 스님 -20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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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법정 스님이 발족한 모임 ‘맑고 향기롭게 ’ 이사장 덕현 스님


입력 : 2010-10-03 22:06:57ㅣ수정 : 2010-10-03 22:06:57



“법정 스님이 떠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무소유’의 정신과 스님의 글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높은 정신적 성찰의 끝에는 사회적 실천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지요. 내면의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하나의 모델이 ‘맑고 향기롭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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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현 스님은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를 뜻한다”면서 ‘맑고 향기롭게’는 마음과 세상·자연을 모두 맑고 향기롭게 만들려는 운동으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7월 ‘맑고 향기롭게’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48). 지난달 말, 취임 백일을 앞둔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길상사는 서울 도심의 사찰인데도 고즈넉했다. 단출한 방에 가부좌로 앉아 있는 덕현 스님과 찻잔을 사이에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집착이나 욕심을 떨친 눈빛에 다음 행보를 준비하는 번다함도 없어 보였지만,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덕현 스님은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며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나누고 양보하면서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를 피우고 살리는 마음으로 세상과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17년을 이끌어온 법정 스님의 정신을 어떻게 잘 계승하고 발전시킬지 어깨가 무겁지만, 스님이 끝내 놓아버릴 수 없어 우리에게 전해준 ‘무소유’의 정신을 이제 우리가 ‘맑고 향기롭게’에 담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희망과 다짐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법정 스님 사후에 오히려 더 깊은 관심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 ‘맑고 향기롭게’는 더욱 분명하게 정체성을 확립해 우리 사회를 더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공동체 운동으로 살려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이 각계의 지인들과 함께 발족한 시민 모임이다. 1994년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창립된 뒤 스님은 입적 당시까지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유지했다. 또 입적 직전에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고 유언하기도 했다.


발족 첫해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를 통해 수익금으로 중·고교생들의 학비지원 활동을 시작한 이래 좋은 책 읽기, 참선수련회 등을 통한 마음맑힘 활동, 결식이웃을 위한 급식지원 활동, 복지시설에서의 세상나눔 봉사활동, 숲기행, 문화유적답사, 친환경물품 만들어쓰기 같은 자연살림 활동 등으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덕현 스님은 “철저히 회원들의 경제적 후원과 자원봉사 활동으로 유지되는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의 입적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으로 현재 서울·광주·부산·대구·경남·대전 등 전국 6개 지부에서 1만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면서 “예산규모와 활동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중앙회관 건립을 추진 중이며, 점차 활동 범위도 넓혀 국제 구호 활동도 펼쳐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소유>를 통해 법정 스님의 존재를 알게 된 덕현 스님은 대학 졸업 후인 89년 법정 스님을 은사로 입산했고, 지난해 법정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의 주지가 됐다. 줄곧 선원 등지에서 마음을 쉬면서 살아왔다는 덕현 스님에게 도심 사찰의 주지로 있으면 눈도 귀도 마음도 고단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이곳에 와서 수행 자체가 포교나 전법이 되기도 하고 또 반대로 사람들에게 법을 가르치고 알리는 게 수행의 일부가 되기도 함을 새삼 배운다”면서 “새의 두 날개가 허공을 저어가듯 두 가지가 서로 보완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구도자의 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