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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5-31

    <28일 법정스님 49재..스님 조명한 책들 '유감'> -201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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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정스님 49재..스님 조명한 책들 '유감'>



송광사에서 28일 10시부터 49재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지난달 11일 오후 1시51분 입적한 법정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매주 수요일 진행돼온 49재가 28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순천 송광사의 49재 막재(終齋)로 마무리된다.


49재는 끝나지만, 법정스님이 법문과 책을 통해 남긴 무소유의 정신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맑고 향기로운 가르침이다.


법정스님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지고 가지 않겠다'며 자신이 쓴 책들을 절판하라고 유언, 법정스님의 유지를 받든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와 출판사들은 기존 책들을 올해 연말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정스님의 49재에 맞추기라도 한 듯 법정스님을 기리는 책들이 최근 소설이나 전기, 산문 등 형태로 쏟아져 나왔다. 과연 이 책들은 법정스님의 뜻을 잘 받들고 있는지, 불교계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설로 재구성한 법정스님의 생애 = 소설가 정찬주씨와 백금남씨가 최근 나란히 '소설 무소유'(열림원), '법정-맑고 향기로운 사람'(은행나무)을 내놓았다.


동국대 국문과 출신으로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소설을 여러 권 내온 정찬주씨는 '소설 무소유'에서 법정스님이 전남대 상대 시절 출가를 결심하고 입적할 때까지를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로 재구성했다.


해남과 목포에서 지낸 법정스님의 청년기, 행자 시절과 다래헌 시기 등 생애 전반기의 삶에 집중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


법정스님의 맏상좌 덕조스님, 역시 법정스님의 상좌로 길상사 주지이자 맑고향기롭게 이사장 직무대행인 덕현스님, 법정스님의 속가 조카이면서 맑고향기롭게 이사인 현장스님의 추천글이 붙었다.


역시 불교관련 소설을 많이 출간해온 백금남씨가 5년간 집필했다는 '법정-맑고 향기로운 사람'은 역시 법정스님의 출가와 사회참여활동, 입적까지를 그려냈다.


출판사측은 책은 법정스님이 30대에 쓴 시 4편을 발굴해 수록, 산문인 뿐만이 아니라 시인이었던 법정스님을 재조명해 차별화를 꾀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평전 전문 작가가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재구성하고 산문집 내용도 곁들인 책, 법정스님과 함께 일하던 시민단체 관계자가 펴낸 책 등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대체로 법정스님이 남긴 여러 산문집과 법문들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법정스님의 머리를 깎아준 은사 효봉스님을 비롯한 사형과 도반 이야기, 여러 에피소드들이 소설 등의 옷을 갈아입었으나 지금껏 공개된 것 이상의 새로운 내용은 드물고, 심지어 법정스님의 산문이나 법문 내용을 그대로 발췌해 실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일부 법정스님 지인들의 평가다.


조계종의 한 스님은 "소설의 경우, 법정스님의 생애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복원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요즘 '법정스님의 000'하는 책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다 챙겨보고 있는 중이지만 결국은 스님의 글을 짜깁기한 것들이다. 어찌 그리 재주들이 좋은지…"라고 아쉬워하면서 "우리에게는 스님의 글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읽으면 되지 다른데 시선을 팔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저작권 침해의 소지마저 다분한 책들도 있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한 출판사에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교묘하게 법정스님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만 떠들썩하게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스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염려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송광사 49재ㆍ추모 다큐 = 28일 순천 송광사에서 열리는 49재는 법종소리와 함께 시작돼 법요식에 이어 상좌스님 등의 헌향, 헌다 등과 함께 법정스님의 생전 법문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순서가 마련된다.


1만여명(송광사 예상)이 참여할 이번 49재에서는 전(前)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법문을 하고 길상사 합창단의 조가, 송광사 주지 영조스님의 인사 등이 이어진다.


약 1시간에 걸쳐 49재가 끝나면 법정스님이 기거하던 송광사 불일암에서 산골(散骨)의식도 거행된다.


조계종에서는 지관스님을 비롯해 자승 총무원장 스님, 혜총 포교원장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등이 49재에 참석하고 송광사 사중에서는 원명, 법흥, 현호스님 등이 참석한다.


한편, BBS불교방송에서는 법정스님의 49재를 맞아 추모특집 다큐멘터리 '꽃들아 수고 많았다'를 27일 오후 3시 방송하고 28일 오후 3시와 29일 오후 5시에 재방송한다.


또 스님의 60년 지기 친구인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수준 높은 철학적인 책을 애독하던 법정스님의 면모를 전한다. 스님이 불일암으로 떠나기 전까지 생활하던 봉은사 다래헌 시절 '씨알의 소리'에 투고하기 위해 작성한 '악을 선으로 바꿈'이라는 원고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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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4/27 07: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