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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3-05-31

    법정 떠난자리에 깨달음의 연꽃이… 2010.3.22

본문

법정 떠난자리에 깨달음의 연꽃이…

[포커스신문사 | 박영순기자 2010-03-22 11:49:49]



■ 법정스님 책과 말씀 통해 본 ‘삶의 의미’


법정(法頂)스님은 가셨지만 남기신 참뜻이 연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스님이 남기신 책은 과열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만큼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절판된 ‘무소유’는 중고책방에서 최고 20배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이 21일 들려왔다. 스님께서 그렇게도 “버려라” “비워라” “내려놓으라” 했는데, 중생(衆生)은 매달리고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스님이 쓰신 책을 통해 깨우침을 얻고자 하는 ‘집착’이라면, 지금 이 순간 스님의 말씀대로 ‘그 자체가 번뇌 망상’이라도 좋다. 스님의 가르침대로 내 것을 비워내고, 남에게 베푸는 무소유의 정신이 퍼져나가 우리 사회가 자비의 마음으로 넘쳐난다면 바로 이곳이 극락이 아니겠는가. 법정스님이 남기신 책에서 몇 말씀을 골라 소개한다. 감히 스님의 말씀을 가려내는 게 아니다. 지면사정상 자주 회자됐던 말씀의 대목들을 책에서 골라 누가 되지 않도록 그대로 옮겼다.


스님은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삶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항상 지니라고 당부한다.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박영순기자 yspark@fnn.co.kr


소유관념에 눈멀어 분수까지 잃어

‘아름다운 마무리’실천으로 보여줘

현실서 천국 찾으라 가르침 ‘생생’


■무소유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처럼 느껴진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소유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고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내게 잃어버릴 물건이 있다는 것이, 남들이 보고 탐낼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끄러웠다. 물건이란 본래부터 내가 가졌던 것이 아니고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떠나가기 마련이라 생각하니 조금도 아까울 것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전생에 남의 것을 훔친 그 과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빚이라도 갚고 난 듯 홀가분한 기분이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아름다운 마무리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뿐.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그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또한 단순해지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줄 안다.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진다.


■산에는 꽃이 피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다 나눌 것은 있다.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나눠 가질수록 내 잔고가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 입장에서는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어떤 사람이 불안과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것이다. 또 누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잠 못 이룬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는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항상 현재일 뿐이다.


△내 마음 따로 있고 네 마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하나이다. 어렵고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눈물짓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이 마음의 메아리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로써 만족해야지 둘을 가지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행복은 그 하나 속에 있다. 둘을 얻게 되면 행복이 희석되어서 그 하나마저도 잃는다.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고통과 불만족을 느낀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들은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고 세상에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모든 것은 변화하며 어떤 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삶 그 자체가 되면 불행과 행복의 분별이 사라진다. 번뇌 밖에 따로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밖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고 우리는 흔히 믿고 있지만, 바로 이 현실 세계에서 천국을 이룰 수 있지 현실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법회/강연>


■2009년 5월2일 부처님 오신 날


△어떤 갈등이 있을 때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남의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 과보로 남한테 또 이렇게 궂은소리를 듣는 모양이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을 돌이키면 시간이 다 해결해 줍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굳이 변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2009년 4월 19일 봄 정기 법회


△흔히 우리들은 봄이 오면 꽃이 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이 오게 됩니다. 꽃이 없는 봄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만일 이 대지에 꽃이 피지 않는다면 봄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침묵의 봄을 두려워합니다.


△절이 있기 전에 먼저 수행이 있었습니다. 건물이 있기 전에 먼저 진리 추구가 있었습니다. 스님들은 한때 머물다가 떠나가는 나그네들입니다. 중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자기 집도 떠나온 이들을 어떻게 믿습니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2003년 9월27일 광주 맑고 향기롭게 초청 특별강연


△무심이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속에 아무 것도 담아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텅 빈 항아리와 같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욕망, 미움, 질투, 번뇌와 같은 분별 망상 때문에 우리 마음이 평화롭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비울 때 본래의 자기로 돌아갑니다. 본래의 내 마음이 곧 무심입니다.


■2003년 5월15일 여름안거 결제


△생사가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생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도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삶과 죽음으로부터의 해탈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다른 어느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 소식하겠다는 생각을 쉬어야 합니다. 깨닫겠다는 그 생각부터 쉬어야 합니다. 깨닫겠다는 생각 자체가 하나의 망상입니다.

분명히 알아두십시오. 우리는 본래의 밝음을 드러내기 위해 정진하는 것입니다.


■2003년 5월8일 부처님 오신 날


△덕이란 무엇인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그것이 곧 자비심입니다. 남을 도울 때는 자기 생각대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편의 자존심과 선택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가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편을 돕는다고 해서 무슨 은혜라도 베풀듯 행동해선 안 됩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베풂이 아닙니다. 내가 지난 세월 빚진 도움을 갚으면서 내 삶을 새롭게 하는 일입니다.


■1992년 8월 28일 약수암 초청법회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생과 사의 갈림은 한 호흡에 달려 있습니다. 숨 한 번 들이쉬었다가 내쉬지 못하면 죽은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한계상황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삶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을 알차게 살고 있기에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겁쟁이들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법정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남.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전남대 상과대 3년을 마친 1955년 당초 오대산을 향해 떠났지만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자 서울의 선학원에서 당대 선승인 효봉스님(1888~1966)을 만났다가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음.

●이튿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시작, 28세이던 1959년 2월 양산 통도사에서 자운율사를 계사로 구족계(具足戒)를 받음.

●1959년 4월 해인사에서 명봉스님을 강주로 대교과를 졸업하고, 1960년 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통도사에서 운허스님과 함께 ‘불교사전’ 편찬에 참여.

●4ㆍ19와 5ㆍ16을 겪은 뒤 1960년대 말 서울 봉은사에서 동국역경원의 불교 경전 번역 작업.

●이 시절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과 유신 철폐운동에 참여. 그러나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뒤 출가 본사 송광사로 내려와 그해 10월부터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

●1976년 4월 산문집 ‘무소유’를 출간. 34년간 180쇄를 찍고 370만여부 판매.

●‘무소유’를 낸 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불일암 생활 17년째 되던 1992년 강원도 화전민이 살던 산골 오두막으로 옮겨 외부와 거의 차단.

●다만 1994년부터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마음과 삶을 맑히는 운동을 펼치고, 1997년 길상사를 창건. 회주로 주석하면서 1년에 여러차례 정기 법문을 들려줌.

●2010 3월11일 오후 1시52분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 법랍 54세, 세납 7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