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보도

    • 13-05-31

    법정 스님 미공개 두 작품 ‘절판’키로(종합) -2010.3.19

본문


법정 스님 미공개 두 작품 ‘절판’키로(종합)

강인해 

[독서신문] 강인해 기자 = 지난 17일 서울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의 49재 중 초재 거행된 가운데 그 이후 고인이 유언 공개됐다. 스님이 이끌었던 사회봉사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는 기자회견을 열고 스님의 유작을 모두 ‘절판’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출판사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모든 출판사가 고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미공개 두 작품까지 ‘절판’ 


▲ 법정 스님 ©독서신문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하루 전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구두 유언을 남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출판사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렸다.


스님의 가장 유명한 저서인 『무소유』를 출간한 출판사 측은 ‘안타깝지만 스님의 뜻을 따르겠다’, 『오두막 편지』를 펴냄 출판사도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가장 최근인 2008년부터 스님의 책을 집중적으로 펴낸 한 출판사는 절판 사실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어쨌든 스님의 유언이 관철되려면 출판사와의 합의가 불가피한데 ‘맑고 향기롭게’ 측에서 공식적으로 ‘절판’을 요구하자 유보적인 출판사도 결국 ‘절판’을 선언했다. 본지와 통화한 이 출판사 대표는 “스님의 유지를 받들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달 말에 출간하기로 했던 두 권의 책은 빛을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두 책은 『불타석가모니』, 『수심결』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알려졌는데 대표는 “현재 두 책의편집은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출판계에서 편집이 마무리됐다는 것은 책의 95%가 완성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좋은 두 책이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 끝까지 병원에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책을 내라’라는 말씀을 계속 하셨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런 결정을 하면서도 오히려 스님을 잘 알기 때문에 입적하기 전 이런 말씀을 남기실리 없다”고 덧붙였다.


■ 법적 분쟁의 여지는?

현재, 대다수의 출판사가 계약을 연장했거나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8년~ 10년 정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계약기간이 끝난 책의 경우는 유언에서 지정한 저작권 승계자나 법적 상속자가 출판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법정 스님의 경우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책이 많기 때문에 계약 기간 동안에는 모든 권한이 출판사에 있다.


한 법조인은 이 문제에 대해 “계약 당사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계약서의 내용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님의 좋은 뜻을 받들어 양측 모두 얼굴 붉히는 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법정 스님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대리인과 출판사 측의 조율이 있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양측의 합의 없이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행위로 옮겨 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정식적인 재판 절차에 따라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출판사가 대부분 고인의 유지를 존중하기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장을 유보했다가 절판을 결정한 출판사 측도 출판사의 손해는 있겠지만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스님의 인세는 어느 정도? 


▲ 『무소유』 © 독서신문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깨달음을 철저하게 지켜터라 책을 통해 얻은 이익, 인세는 비밀로 부쳐진 게 사실이다.


길상사 측도 스님의 책이 얼마나 팔렸고, 그로 인해 얼마의 인세를 받았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또한 출판사도 수익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추정만 가능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스님은 공저와 역저를 포함해 약 50종의 책을 펴냈다. 그 중에서도 스님의 수필, 에세이집인 『무소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오두막 편지』 순으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무소유』만 놓고 계산해본다면 8천원의 가격으로 총 340만부가 팔렸고, 총 판매 금액은 약 270억 정도가 된다. 대부분 인세는 판매 책값 대비 10%로 계산하는데 인세를 27억으로 친다 하더라도 여기서 세금을 떼고, 도서정가제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책값이 할인되고, 인세도 정확히 10%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추측하는 인세는 약 10억 정도. 스님의 책을 가장 많이 출판한 한 출판사도 1년에 2~3천만원의 인세를 지급했다고 하니 몇 권의 책만으로도 10억 이상의 인세가 계산되는데 히트친 작품까지 합치면 상당한 금액을 인세로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하와 지인들은 스님이 이 인세를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던 것으로 전하고 있고, 이렇게 좋은 일을 할 때에도 고인은 그 어디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지 않는 무상보시의 불교 정신을 실천했다고 한다.


■ 무소유 법정 스님, 서점가는 싹쓸이

서점가에는 ‘법정신드롬’의 광풍이 불고 있다.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스님이 펴낸 가장 최근 작품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등이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다. 20위권 내에서는 12권의 책이 베스트셀러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


『무소유』는 대부분의 서점에서 품귀현상이 일어 중고책으로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정가의 4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스님의 책을 구하는 일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 법정 스님의 『무소유』 품절을 알려주고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점) © 독서신문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형 서점의 한 관계자는 “법정스님의 책은 대부분 출간되면 거의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라며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며 이제는 책에서 그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독자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들 역시 "한 인간의 아름다운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법정 스님의 삶을 본받아 살고 싶다", "법정 스님이 남기고 가신 도서들을 읽고 스님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오프라인 서점인 반디앤루니스는 19일 『무소유』를 비롯한 법정 스님의 유작 40여 종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점 측은 “독자들이 책을 구하기 위해 대형서점은 물론 중고책방까지 찾아다니고, 웃돈을 제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스님의 유언에 반할 뿐만 아니라, 스님이 늘 주장하신 ‘무소유’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판단돼 유작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정말 법정 스님의 책 맞아?

베스트셀러 순위를 석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님이 직접 쓰진 않았지만 스님과 관련이 됐거나, 스님이 생존에 추천한 책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스님이 직접 저술한 책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소유’라는 단어를 제목에 단 책들이 상당히 많다.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바라보며 그의 말씀과 발자취를 담아낸 도서, 법정 스님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무소유의 경제학』, 『인생의 무소유』, 『무소유의 행복』, 『무소유의 소유』등 다양하다. 법정 스님을 주인공으로 그의 인생을 집중 조명한 책도 출간됐다. 10년간의 법정 스님과 만남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법정 스님의 숨결』이 그것.



▲ 법정 스님과 관련된 도서 © 독서신문



이외에도 한 출판사의 편집부가 2년여 동안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엮은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에 언급된 도서, 『월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전략적으로 법정 스님과 관련된 책을 출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음성적 움직임 일지 않을까?

백원근 출판 연구원은 “‘제본’, ‘복사본’ 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이라 위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안전하게 중고책을 매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8천원을 정가로 하는 『무소유』 중고책이 4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만을 봐도 이러한 예상을 방증한다.


하지만 복사본 또는 디지털 파일의 불법 유통 등의 음성적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유통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어쨌든 스님의 대리인들이 이러한 음성적 움직임을 막기 위해 대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예를 들어 인터넷에 스님의 책을 모두 공개한다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맑고 향기롭게 측은 스님의 유언장을 공개하면서 “스님의 글을 읽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언제든지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독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줬다.


toward2030@readersnews.com


기사입력: 2010/03/19 [18:13] 최종편집: ⓒ 독서신문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