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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3-04-10

    "소리로 환한 세상을 보여드립니다" - 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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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환한 세상을 보여드립니다"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의 소리봉사모임 회원들이 시각약자를 위해 책을 음성으로 녹음하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 제공

“아에이오우, 가갸거겨….”

유치원 한글 시간이 아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www.clean94.or.kr/daegu)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곳 소리봉사모임 회원들이 녹음을 앞두고 입을 푸는 과정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안에서 이리저리 혀를 굴리는 폼이 사뭇 진지하다. 이따금씩 혀가 꼬이면 웃음보도 터진다.


6㎡ 남짓한 녹음실에서 녹음에 들어가면 회원들은 전문 아나운서처럼 원고를 읽어 내린다. 한 단어 한 단어 최대한 예쁘게, 또박또박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 큐 사인과 함께 녹음이 끝나면 어느새 이마는 땀범벅이다.


소리봉사모임은 책을 음성으로 녹음해 시각장애인에게 보급한다.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회원 20여명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로 세상을 보여주는 모임”이라고 역할을 설명했다. 회원들은 주중에 편리한 시간을 정해 녹음하고 매월 둘째 토요일 오전 정기 월례회를 연다.


모임은 어느새 10년째를 향해 가고 있다. 이재원 사무국장은 “리포터 출신 회원이 처음 모임을 제안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맹인불자회를 대상으로 법정 스님의 책을 녹음해 보급하는 것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이제는 모든‘시각 약자’로 대상층을 확대하고 소식지 녹음 및 영화 음성자막 활동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회원들은 지난해 열린 ‘제7회 대구평화영화제’ 마지막 날 출품된 단편영화 4편을 묶어 작업한 음성해설 녹음을 최고의 추억거리로 꼽았다. 영화제의 취지인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직접 해설을 쓰고 녹음·편집을 했다. 그러나 녹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줄거리 요약만 보고 영화를 골랐다가 실제 내용이 당초 의도와 달라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해설을 하려니 어느 선이 적당한지가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관객들은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 신선한 체험”이었다며 호평했다.


소리봉사모임 회원들은 참여 인원이 적은 데다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애로다. 아마추어들이 1주일에 하루 정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녹음을 하다가 혀가 꼬이기 일쑤이고, 공들여 녹음한 뒤 파일 저장을 잘못해 허탈해하는 경우도 있다. 녹음·편집 봉사를 하고 있다는 이승배씨는 “소리봉사는 일반 봉사와는 달리 전문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오디오북(Audio Book)처럼 콘텐츠 활용 기회도 많은 만큼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053)753-8883.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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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2월 2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