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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3-04-10

    거리의 광대, 박창근이 꿈꾸는 세상 - 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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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광대, 박창근이 꿈꾸는 세상


오마이뉴스| 기사입력 2003-06-08 12:42 | 최종수정 2003-06-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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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멈출 수 없다는 박창근 가수


"이제 이 지하철 공간에서 문화를 얘기하면 사치가 되어버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참사의 당사자는 유족만이 아님을, 우리 대구시민 전체의 몫임을 알기에 다시금 시작합니다."

▲ 거리공연에 나선 사람들

ⓒ2003 김용한지난 7일 동대구역 지하철광장 야외공연장에서는 민중가수인 박창근씨와 맑고향기롭게, 결식어린이돕기 거리공연단이 '참 좋은 만남'이라는 거리축제를 열었다.

오후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펼쳐진 거리 공연에는 노숙자 몇몇 사람을 제외하곤 그다지 노래공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쓸쓸한 공연현장이었다.


대구 참사이후에 멈춰진 동대구역 지하철, 역사를 오고가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축제를 즐길 만큼 여유 있지 않은지 온통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갈 길에 바쁘다


 


매주 토요일마다 거리 공연을 해왔다는 박창근씨는 벌써 동대구역 주변의 공연만 6년째 접어들고 있단다. 기자가 광장을 둘러봐도 온통 관중이라곤 10여명이 전부인 듯 그들의 공연에는 거들 떠도 안 본다.


▲ 영남대 소리노래패 공연광경

ⓒ2003 김용한박씨와 거리공연단은 그럼에도 노래를 부를 이유가 있던지, 광장에 모인 사람에는 안중에도 없듯 자신들의 노래를 힘있게 불러된다.

'아침이슬',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생각 속의 노래들', '내 안에 그대를 두고', '이유' 등 우리들의 삶을 노래하는 노랫말로 음악과 무언의 대사로 시민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나마 힘이 되주는 것은 동대구역사 근처에서 기거하는 몇몇 노숙자들과 시민들의 관심이 마냥 고마울 따름이란다.


오랜만에 초대되어 공연에 참가한 영남대 독어독문학과 민중노래패인 '소리노래'의 열창이 이어진다. 그들도 관중 없는 무대를 향해 열심히 자신들이 준비한 '지금 이곳에서', '맞잡은 손 파도 되어', '이 노래를 기억해요',' 노래만큼 좋은 세상'이란 곡을 힘차게 불른다.


▲ 요가시범을 보이는 바브나씨

ⓒ2003 김용한또 인도요가를 공부했다는 바브나(황인랑)씨의 요가 시범과 따라하는 순서도 마련하여 참가자들의 관심과 눈길을 끌었다.

무대공연을 마친 윤기원 회장(소리노래단)은 "교수님의 수업에서 민중가수인 박창근씨의 노래를 소개받은 후 우연한 기회에 연결되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자리가 참가 계기가 되었다"면서 "비록 실력이 부족한 우리 팀이지만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번 행사에 대해 이유호 사무국장(맑고향기롭게대구모임)은 "작년 4월부터 뜻맞는 사람들과 함께 결식어린이돕기를 기획하게 되었다"면서


▲ 관중은 없지만 멈출 수 없는 일

ⓒ2003 김용한"작지만 우리의 조그마한 성금으로 매달 5가정의 결식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였다.

박창근씨와 함께 노래공연에 참여했던 성환우씨도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신의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고있는 박창근씨를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고 하였다.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도 자신이 만든 노래로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고, 지하철 문화축제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한 젊은 가수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고대해 본다.


가수 박창근, "내가 노래하는 이유"


▲결식어린이돕기 공연 광경

케쥬얼 차림으로 편안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던 박창근씨를 만나 그의 노래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 공연 참가는 언제부터 했는가?


"직업상 음악활동외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적었던 것 같다. 약 6년가량을 동대구역 광장에서 공연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 거리공연이라지만 사람들이 적은 것 같은데, 어떤가?


"거리공연의 특성인 것 같다. 서울의 대학로처럼 언제나 이곳에 오면 시민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지하철사고로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줄어든 것도 하나일 것이다."


- 가사마다 우리 주변이야기가 가득한데 어떠한가?


"내가 생각하는 느낌이나 생각, 사상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체를 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 삶을 발견하는 것이다."


- 원래 꿈이 가수였는가?


"비관적인 삶을 살았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희망적인 노래, 우리 주변의 노래를 담아내고 있다."


- 노래에 생명과 관련이 된 노래가 많던데......?


"사람들이 지능이 높다고 하여 다른 생물들이나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다루고 죽이면서 살아가는 것이 안타깝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그립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광장의 공연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꿈이다. 2003년 콘서트와 2집 음반 준비, 거리공연들을 위해 매진할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동대구역사에서 그나마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시에서 좋은 공연장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공연을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다. 공연장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그 날까지 내가 노래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 김용한




/김용한 기자 (empal4u@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