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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0-05-25

    불일암 추억 - 박희진 (시인)

본문

불일암 추억 (佛日庵 追憶)


-법정(法頂) 스님에게-



불일암(佛日庵) 별고 없겠지요?


구산(九山) 큰 스님도 안녕하시고요?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샤워장(場),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선 안보이는 초현대식


이 세상에서 가장 운치있는 목욕간 말예요)


겨울철이라 요즘은 이용이 안 되겠군요.



제가 갔을 땐


소쩍새 울음도 들을 수 있었는데,


빗방울 후두기는


파초 잎도 볼 수 있었는데.



어스름이면 이내 폭 포시시......


소리를 내며, 수 십 수 백의 달맞이 꽃이


하얗게 피어났죠. 불일암(佛日庵) 뜰은


삽시간에 달빛바다, 화엄경(華嚴境)이 되더니만.



지금은 온통 백설(白雪)의 바다겠죠?


적설(積雪)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우지끈하고 가지 부러지는 소리도 나는.



나뭇새 싱그럽던


뒷간의 틈 사이로 보이던 댓잎,


청개구리나 다람쥐들도


잘 과동(過冬)을 했으면 좋으련만....



스님, 아무쪼록 몸조심하세요.


방금 저는 재치기를 했습니다.


조계산 계곡물도


천한 이 몸 안에 들어와서는


콧물 눈물로 둔갑하는 모양예요.



참, 자정국사(慈靜國師) 묘광(妙光)의 부도비도


잘 있겠지요?



<출처: 박희진 시집「연꽃 속의 부처님」p.6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