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후원하기 나의후원

보도

    • 10-05-19

    법정스님께 -송상영 (안성시 공도읍)

본문

법정스님께


오늘 길상사에 다녀왔습니다.

스님께서 살아계실 때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샘터라는 잡지의 지면을 통해 스님을 처음 뵈온 후 항상 제 마음속에 자리하고 계십니다.


제가 오늘 처음으로 길상사를 찾았던 것은 제 어머니의 바람 중 한가지를 꼭 덜어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저에게는 올해 연세가 여든 셋 되시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스물 한 살의 나이에 농사일 밖에 모르시는 제 선친께 시집을 오시어 경제적으로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외할머니까지 모시며 저희 8남매(4남 4녀)의 자식들을 잘 길러주신 분이십니다.


장남인 저로서는 늘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선비집안에서 외동딸로 태어나신 어머니께서는 어린 시절 공부가 무척 하고 싶었으나 외할아버지께서 여자가 너무 배워 이재가 밝으면 집안에 우애가 끊기고 가정 화목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시며 학교에는 보내주지 않으시고 집에서 유교적인 전통교육만을 가르치셨답니다.


선친께 시집을 오신 후에도 현실적인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인하여 그 뜻을 펼치지 못하시다가 칠십이 다 되신 15년 전부터 책을 즐겨보십니다.

주로 역사, 인물, 고전, 민속 등과 관련된 책을 즐겨보셨는데 스님께서 입적하신 후부턴 스님이 쓰신 책을 읽고 싶다 하시어 구해드렸습니다.(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던 두 권을 빼고)


제가 아직 짝을 찾지 못해 혼자 있다 보니 어머니께서 지금도 손수 살림을 맡아하시며 조석을 챙겨 주시는데 아마도 그 시간과 주무시는 시간을 빼고는 늘 스님의 말씀이 담긴 책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구해드리지 못했던 두권의 책도 마저 읽고 싶다 하시며 어떻게 구할 수 없느냐 하시기에 제 나름대로 여기저기 알아보았으나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연세가 젊으신 것도 아니고 올해 여든 셋 그런 어머님의 바람인데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의 정신이 맑으실 때 스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 자식된 도리인데 하며 고민을 하다가 문득 구입해드리는 것이 어려우면 빌려서라도 보실 수 있게 해드리면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길상사에 갔던 것입니다.

그냥 전화로 알아볼 수도 있겠으나 그냥 일상 사무를 처리하 듯 그렇게 한다는 것은 자식된 도리도 아니고 또 제 마음이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맑고향기롭게의 도움을 받고자 사무실로 찾아간 후 어렵게 지방의 한 서점과 연이 닿아 그 책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맑고향기롭게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내려왔습니다.


스님!


스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스님 도움이 크셨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또 한가지 어머니의 바람, 정말로 간절하신 그 오랜 바람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그게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나 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군요.



아무래도 제가 전생에 덕을 많이 쌓지 못하고 업을 많이 지었나 봅니다.

공기 좋은 시골에서 어머니 모시고 나무를 심고 기르며 소박하게 살고 싶은 저의 이 소망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함께 할 짝을 찾아야 되는데...

스님! 아마도 전생에 지은 업이 모두 소멸되는 그 날이 되어야 나타나겠지요.



2010년 5월 14일 밤


스님의 가르침을 늘 가슴 속에 담고 살아가는 한 중생 올림



-----------------------------------------------------------------


※ 맑고향기롭게 앞으로 온 편지를 워드입력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