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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0-04-06

    무소유를 소유한다는 것 - 전은희 (동양일보 3.29)

본문

무소유를 소유한다는 것


전 은 희 <아산시 홍보기획팀>;



얼마전 TV에서 법정스님의 저서중 하나인 ‘무소유’가 15만원에 거래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법정스님의 유지에 따라 책이 절판되면서 그만큼 희소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나도 그 책을 찾기 시작했다. 예전에 서점에서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기 때문이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고개를 돌리며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무소유라는 제목을 발견했을 때는 약간의 희열마저 느꼈다. 존재조차 몰랐던 책이 무척이나 귀하게 느껴지면서 열성적으로 무소유 책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한편으로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해 고액의 값을 지불하니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책속에는 법정스님의 많은 생각과 말씀이 들어 있다. 그중 법정스님의 이런 말씀이 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가진 것이 많아 질수록 그것에 얽매이고 근심도 많아진다는 말씀이다. 가진 것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족, 친구 등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와 부, 명예 등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 법정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우리가 정말로 필요로 하고 나에게 주어지는 근심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소유의 존재가 나의 삶을 짙게 흐려 놓는다면 우리는 다시 그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최근 TV에서 방영된 다큐 프로그램에서 아마존 밀림 속에서 생활하는 여러 부족들의 모습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중 원숭이의 뼈를 깎아 만든, 뽀뚜루라는 뿔을 턱에 꽂고 다니는 조에족의 생활모습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그 부족은 더 많은 양의 사냥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하루 먹을 양 외에는 사냥하지 않는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씀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들은 자연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구하고 그 이외는 욕심내지 않는다. 사냥해 온 식량도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 몫은 물론 부모가 없는 고아들것까지 챙겨 주느라 한번 식사를 할 때마다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언어였다. ‘고마워’, ‘안녕’, ‘미안’이라는 말이 모두 ‘게또’라는 하나의 단어로 쓰인다는 것이다. 모두 다른 의미를 표현하는데 왜 같은 단어일까 하는 점도 의아했지만 같은 단어로 그 의미가 통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장황한 설명으로도 오해를 불러오기 일쑤인 우리네 의사전달 문화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그런걸 보면 많은 단어를 소유 했다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현대사회는 옛날에 비해 수많은 단어가 생겨나고 있지만 옛날에 비해 의사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니 말이다. ‘게또’라는 하나의 단어로도 많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또 그것을 이해하는 걸 보면 말의 교환이 아닌 감정의 교환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아마존 밀림의 조에족의 삶이 법정 스님의 말씀을 닮아 있는 이유가 거기 있는 듯하다. 오늘부터 우리 마음 속의 욕심 주머니를 비우고 순수한 마음 주머니를 채워보는 건 어떨까?


동양일보 (dynews1991@hanmail.net)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