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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0-03-25

    스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현종스님(불교신문 3.18)

본문

현종스님 / 스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불교환경연대 대표


스님이 떠나셨습니다. 그 흔한 국화꽃도 몇 송이만 취하고, 그 흔한 나무관도 없이, 당신이 평생 수한 가사 한 벌만 덮은 채, 장작더미에 붙은 불과 함께 한 줄기의 연기로 가셨습니다. 스님이 가시는 마지막 모습에서, 당신께서 평생 글과 말씀으로 약속하신 ‘무소유의 깨달음’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무소유의 깨달음’

지난 13일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봉행된 법정스님의 다비는 ‘소유’를 버리고 출가한 수행자의 본분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였습니다. 소박하고 단출하여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스님께서 남은 이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스님의 ‘소박하지만 큰 뜻’을 알지만, 스님을 보내드려야 하는 ‘마지막 순간’은 너무 슬픈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 길상사가 처음 문을 열 당시, 길상사에 있으면서 스님을 가까이 뵌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법정스님은 노스님 향봉스님과 사숙지간으로 문중의 어른이셨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스님’이었습니다. 스님은 언제나 말씀을 아끼셨습니다. 회고해보면 1년간 길상사에 있으면서 스님과 대화를 나눈 기억은 손에 꼽을 듯합니다. 하지만 스님은 언제나 ‘스승’이셨습니다. 출가 수행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당신이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비보(悲報)를 접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마음이 텅 비어버린 듯 했습니다. 남은 이들에게 아무런 짐도 주지 않게 위해, 이미 오래 전에 가실 준비를 끝내셨고, 그나마 얼마 있지 않은 모든 것을 회향(廻向)하고 빈손으로 떠나시는 스님의 뒷모습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스님께서 떠나시던 날, 송광사에서 많은 스님들을 만났습니다. 그 분들도 하나같이 ‘스님처럼 살다 가야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부모형제의 인연마저 끊고 떠난 출가자들이 소유욕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겠다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평생을 청빈하게 살다 가신 어른스님의 뜻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살아계시면서 말씀과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지침을 주시고 무소유를 통한 진정한 감동을 선물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시는 모습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좌표를 또 다시 설정하게 하셨습니다.

만장을 만들어야 하는 수고도 덜어주셨고, 1~2시간 걸리는 영결식을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그리 급하신지 총총히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하신 것은 분과 초를 아껴 공부에 매진하라는 뜻이라 믿습니다. 모든 소유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과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무언의 교훈을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이제 스님이 떠나보낸 저희들은 한 동안 슬픔에 잠길 것입니다. 그 마저도 스님은 경계하시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스님을 보내는 저희들의 마음이 편안할 것 같습니다. 이제 스님은 떠나셨습니다. 그렇지만 스님께서 남겨주신 그 가르침은 나침반이 되어,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스님. 법정 큰스님. 비록 육신은 한줌 재가 되셨지만, 스님의 가르침은, 저희들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불교신문 2607호/ 3월20일자]

2010-03-18 오전 8:37:03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