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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 10-03-25

    무소유에 감사하며 -원혜스님 (법보신문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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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 ‘무소유’에 감사하며

기사등록일 [2010년 03월 23일 11:19 화요일]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봉선사로 갔다. 그 길로 허둥지둥 돌아왔다. 뜨거운 햇볕에 잎이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국민 모두의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했던 법정 스님이 무소유(無所有)를 깨달은 일화입니다. 3월 11일, 열반에 드신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사람들은 지심(至心)으로 귀의하며 스님의 삶을 칭송하고 그렇게 살기를 발원했습니다. 무소유로 가득한 세상, 지난 한 주 불자들은 물론 이 땅에 사는 국민 모두는 스님의 아름다운 회향에 동화되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권력인 대통령도, 이웃 종교의 성직자도, 팔순의 할머니도, 철부지 어린 아이도 무소유의 스승 법정 스님이 떠나셨음을 슬퍼하면서 그렇게 살지 못함을 참회했습니다.


스님은 당신의 병든 몸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병원비마저도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습니다. 스님과 함께 살아왔던 모든 이들이, 종교와 권력,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슬퍼하면서 청빈한 삶을 존경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무소유의 힘입니다. 스님께서 늘 말씀하셨듯이 무소유는 맑고 향기로움을 뿜어내는 ‘영성의 원천’입니다. 모든 이들이 가지려고만 발버둥 칠 때 스님께서는 평생 동안 버리고 또 버리셨습니다. 마지막 떠나시는 길에서 조차도 스님은 수많은 지혜의 가르침마저 말빚이라며 버릴 것을 당부하셨고 가장 소박한 다비를 유언으로 남겨 반드시 지켜 줄 것을 청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를 머리 숙이게 하고 슬퍼하게 하는 것은 스님의 ‘무소유’였습니다.


소납 역시 스님의 떠남에 할 말을 잃은 채 깊은 상심에 젖었습니다. 소유의 무명(無明)에 휩싸인 우리네 중생들은 무엇을 의지해 살아야 할까요. 중생의 마음 매사 미련하고 우매하니 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옆에 계실 땐 그 귀함을 알지 못하다가 이제야 큰스님을 찾으며 무소유를 진언처럼 염송합니다.


스님의 법체는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가르침은 더욱 성성하게 우리들 마음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무소유를 마음에 담아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지혜로 회향하는 것은 스님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기실 소납이 마곡사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세웠던 도량의 지표들은 스님께서 평생 동안 노력하셨던 무소유의 삶에서 찾은 지혜들입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자족(自足)하는 삶, 그것이 바로 무소유의 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맑게 하는 수행도량, 자연과 하나 되는 생태도량, 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 도량은 무소유란 지혜를 실천함으로써 완성할 수 있는 원력들입니다. 자족하는 삶으로 우리는 마음을 맑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일체의 것을 무주상 보시하는 자연을 닮아가면서 조금씩 자연인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웃의 고통을 나누며 우리는 나의 것을 비울 수도 있습니다.


스님의 무소유에는 수많은 가르침들이 담겨 있습니다. 자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불필요한 욕심 때문에 다투거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법이 없을 것이며 이웃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나눔의 마음도 함축되어 있다 할 것입니다.


스님은 성스런 다비식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비록 우리가 친견할 수 있는 스님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스님의 평생 서원이자 덕행이셨던 무소유가 남아 있습니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양약인 무소유와 자족을 등불삼고 그러한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우리들의 원력을 등불 삼아 살아가기를 서원합시다.


원혜 스님 공주 마곡사 주지



1041호 [2010년 03월 23일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