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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8-07-17

    북한, 북한동포, 대량아사에 대한 질문과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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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동포, 대량아사에 대한 질문과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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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경향신문 2008. 6. 2 [경향과의 만남]과 대학생정토회 2008. 6. 6 [대학생 간담회]의 자료를 발췌, 정리하였습니다.

정리 좋은벗들



Q. 북한의 현재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A. 북한의 올해 식량 위기는 지난해 수해를 겪으면서 예측이 됐습니다. 올 1월부터 이미 식량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4월에 사람들이 산에 풀을 뜯으러 가느라 일을 하지 못한다, 학생들의 출석률이 떨어진다, 묵지가루(옥수수껍질)나 벼 뿌리를 갈아서 먹는다,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90년대 중반 대기근과 비교할 때 이미 아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거든요. 그러다가 지난 4월 마지막 주에 평안남도 양덕에서 사람이 굶어 죽었다는 말이 나왔고, 5월 중순부터 황해남도의 한두 곳의 시․군을 제외한 지역에서 사람이 죽고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하루에 7, 8명이 죽는다고 합니다.




Q. 현재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전망은 어떠합니까?


A. 6월 말까지 외부의 식량 지원이 없으면 개선될 조짐이 없습니다. 아사자 발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지역이 넓어질 것입니다. 7월에는 감자 등 햇곡이 나서 아사 발생률이 정체될 것입니다. 아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증가 추세가 멈춘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지원 식량이 들어오면 일부 지역에 해갈이 좀 될 수 있어도 해결은 아닙니다. 올해는 9월이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확기인 10월에는 아사자 발생이 거의 멈춰지겠지만 이르면 올 12월부터 다시 시작될 수 있어요. 올해 남한에서 비료와 비닐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냉해 피해도 봤거든요. 내년에는 97년처럼 대량 아사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측을 합니다만, 예측하는 대로 가면 안 됩니다.




Q. 인도주의적 지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합니까?


A. 정말 인도적인 위기 상황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죠.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파악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는 위기 상황이라면 조건 없는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무슨 조건을 부여해서 먼저 요청해라, 이런 말은 없습니다. 국제원칙은 받는 나라의 주권을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가끔 큰 나라들이 작은 나라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는지를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걸 막자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을 북한이 요청을 안했기 때문에 북한의 주권을 존중해서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수혜국 요청을 존중하라는 것인데, 요청이 없으니까 안 준다는 것은 존중하는 게 아니며, 올바른 입장은 아닙니다.




Q. 대북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입니까?


A. 그렇습니다. 정부가 북한 식량 사정을 제대로 모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정보가 없다고 얘기해야지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북한이 아직 견딜 만하다고 말하지만 북한 정부가 견딜만하다고 정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견딜 만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북한 식량 사정을 모르는 데도) 조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 사정을 알면서도 저쪽이 남한에 굽실대지 않아서, 주기 싫어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싶습니다.




Q. 사람들은 도와줘봤자 북한 군부에 들어갈 텐데 왜 도와주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입니다. 군부를 거치지 않고 민간에 직접적으로 지원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습니까?


A. 북한은 전 국토의 요새화, 전 인민의 군사화, 전 군인의 간부화인 나라입니다. 북한 사회 전체가 군사적으로 통제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군인과 민중의 구분이 무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량을 지원하면 민간에만 전달된다고는 보장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지금 군인들도 굶어서 영양실조 걸리고 배고파 못 견뎌서 탈영을 하고 있습니다. 군인이 민가에 내려와서 닭을 잡아가거나 감자를 캐가기도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을 안 주는 일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민간단체에서 보내는 식량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보낸다고 한다면, 이런 것은 군대로 안 갑니다. 북한도 막강한 군사 국가이기 때문에 군대에 우선적으로 식량을 배분한 다음에 고아원 등지에 식량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아원에서 굶어죽는 일이 나오는 수준에서도 군인은 굶어죽지는 않습니다. 군인들이 굶어죽는 수준이면 이미 고아원 아이들은 다 굶어죽은 다음입니다. 민간단체에서 보낸 식량은 주로 고아원이나 탄광에 가기 때문에 군대가 식량을 뺏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정부차원에서 가는 식량은 일부가 군대로 갑니다. 우리가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식량은 무상지원이 아닌 차관입니다. 차관이라는 것은 돈을 받지 않았을 뿐이지 외상으로 판다는 겁니다. 그러니 북한 입장에서는 군대 식량이 부족하니까 차관으로 들여온 식량의 일부는 군대로 보내고 나머지를 부족한 데에 보냅니다. 그러니까 군량미까지도 부족한 상태에서 군대로 식량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군대로 간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아무리 식량을 적게 생산해도 한 200만 톤은 생산합니다. 군대에서 필요로 하는 식량이 35만 톤에서 최저 25만 톤이라고 한다면, 자체적으로 군대에게 줄 식량이 있는데 굳이 남의 나라에서 고아들에게 주라고 한 식량을 뺏어서 군대에 줄 이유는 없습니다. 만약 군량미로 최저 배급인 25만 톤을 줬을 경우, 부족한 10만 톤에 해당하는 식량이 군대로 갈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식량 부족상태는 전 국민이 굶주리는 수준에 있고, 적어도 한 천만 명 가까운 인명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 중에는 군인 가족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군인에게는 일정한 양의 식량이 배급되지만 그 가족은 일반 배급 시스템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일반 배급이 끊어질 경우, 군인의 가족들도 배급을 못 받는 겁니다. 그러니까 장교들은 부대에 있는 식량을 빼돌려서 자기 가족에게 주는 일이 생깁니다. 결국 사병들은 식량이 부족해서 민간에 내려가 감자도 캐먹고, 옥수수도 따먹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교적 사회질서가 엄격하게 잡혀있는 나라입니다. 예를 들면 누가 어린애들에게 줄 식량을 빼돌렸다 하면 그건 완전히 처벌입니다. 조금만 떼어서 집으로 가져가서 자기 식구들 먹이는 정도는 괜찮지만 어린이 식량을 빼돌려 팔아먹는 것이 알려지면 즉각 처벌합니다.


이렇게 일부 군대로 가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는 얼마 안 가는데도 지원을 반대하는 논리로 계속 제기되고 있지요.


그 이유로, 첫째는 북한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 북한을 저대로 놔두고 봉쇄해버리면 북한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북한에는 배급에 모두 4등급이 있는데, 농민은 생산을 해서 자기 먹을 것을 두고 정부에 수매하기 때문에 등급이 없습니다. 평양의 중앙 간부들과 가족이 1등급이고, 군인들이 2등급, 대기업 노동자․군수산업 노동자와 가족이 3등급, 일반 주민이 4등급입니다. 이 4등급이 600만 여 명인데 지난 10년간 이 600만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식량이 없었기 때문에 배급을 거의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뙈기밭을 경작하거나 장사를 하는 등 온갖 생존 수단을 다 써서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식량을 줘도 북한 정부는 이 사람들에게 식량 배급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원한 식량의 양이 3등급도 다 주지 못할 정도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자기네들은 지난 10년간 식량 배급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들 말도 맞지만 그렇다고 모두 군대로 가고 주민한테는 배급을 안 한다는 말도 맞지 않습니다. 군량미 부족분이 최대 10만 톤 정도 되므로 지원식량 중에서 최대 10만 톤 정도는 군대로 갈 수는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 잘 모르니까 이런 오해가 생깁니다.


모든 국가는 다 전략비축미가 있습니다. 재난이 나거나 크게 흉년이 들거나 전쟁이 나거나 할 때를 대비해서 국민이 먹을 2개월 치 식량을 보관해둡니다. 올해 농사지은 것들은 창고에 집어넣고, 식량을 계속 놔두면 상해서 먹지 못하게 되니까 4년 지난 쌀은 꺼내서 방출합니다. 우리가 북한에 주는 식량은 다 이런 방출미라서 4년 지난 쌀입니다. 그 쌀은 시중에 내면 아무도 사지 않기 때문에 주로 사료로 쓰이거나, 과자용이나 공업용으로 쓰이게 됩니다. 쌀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벼로 보관하기 때문에 질이 나쁜 건 아닙니다. 우리가 북한에 쌀을 주려면 한 달 동안 찧어서 보냅니다. 우리가 보낸 건 찧어서 주니까 보관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벼로 주면 5년이든 보관하는데 모두 찧어서 주니 1년 이상 보관할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보관하면 벌레 먹고 썩어버려서 지금 당장 먹어야 합니다. 군량미로 보관한다는 말은 몰라서 하는 말이거나 잘못 된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하도 급하니까 작년에 비축미를 꺼내서 민간에 나눠 줬습니다. 한국에서 쌀이 바로 왔으면 그걸 민간에 나눠줬겠지만, 비축미를 방출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온 쌀을 일부 비축미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온 쌀을 받은 사람이 일반인 중에는 별로 없다는 말이 나오고, 다 군대로 갔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나라가 제 국민을 굶겨 죽이려고 일부러 그러겠습니까? 개인이야 부정부패가 있지만 나라가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지금은 식량의 절대량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식량은 있는데 분배를 안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분배에 대한 의심을 할 이 시점에도 많은 생명이 죽어갑니다. 군인도, 민간인도 살려야 할 소중한 생명입니다.




Q. 식량문제가 해결되려면 얼마나 필요합니까?


A.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면 1년에 식량을 200만 톤씩, 비료를 100만 톤씩 3년만 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200만 톤씩 3년 동안 줄 식량 600만 톤을 매년 50만 톤씩 나눠 10년을 주면 해결이 안 됩니다. 해마다 부족분이 180만 톤 내지 200만 톤인데 내내 50만 톤씩만 주니까, 주는 사람은 계속 주지만, 받는 사람은 식량난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인도의 구걸하는 애들하고 똑 같습니다. 우리가 줄 때 만 루피나 오천 루피를 팍 주면 두 번 달라고 안 합니다. 그런데 1루피를 주니까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또 달라 그럽니다. 한번은 하도 여러 번 달라고 해서 줘 봤어요. 1루피를 37번 주니까 가더군요. 37번 받아 봐야 37루피잖아요. 한번에 50루피를 줬으면 처음부터 갔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37번이나 받아 가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줬어요. 비료가 백만 톤 필요한데 30만 톤 줬고, 식량은 200만 톤 가까이 필요한데 40만 톤 줬어요. 해마다 주는데 계속 굶는다는 소리만 하고, 여기 탈북한 사람들은 아무도 받았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북인도지원법을 만들어서 3년만 식량을 200만 톤씩 주고, 비료를 100만 톤씩 3년 동안 주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로 하여금 개인농으로 전환해 주게 하고, 외부에서 농기구나 자재를 지원해 줘서 북한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지금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긴급한 상황입니다.


우선 사람이 굶어 죽어나가니까 이것이라도 막자는 것이 첫째 목표이고, 둘째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남북이 협력해서, 필요한 자재는 우리가 충분히 대주고,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개선을 갖도록 타협을 해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됩니다.




Q. 정부의 대북식량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남북관계가 좋든 나쁘든, 설령 서해에서 서로 총을 들고 싸울 때라 하더라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가 어떤지 와는 상관없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그동안 얼마나 싸웠습니까. 그런 미국도 인도적 지원을 시작했고, 급하다고 하니 빨리 선적해서 보내지 않습니까. 굶어 죽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Q. 김대중 정부부터 햇볕정책해서 이렇게 많이 지원했는데도 언제까지 우리가 퍼주기만 해야 할 것인지 의구심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 줘야지 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학교에서 북한 영상물을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백내장으로 병원에 있었어요. 누가 앞이 안 보여서 제일 안 좋은 점이 무엇입니까? 하니깐 위대한 김정일 수령을 못 보는 것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수술 받고 눈 뜨자마자 한 일이, 실내에는 전부 초상화가 있으니까 그 앞에 가서 인사드리면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위대한 수령님 덕분에 제가 눈을 떴습니다 이러고서 만세를 부르더라고요. 통일된 후에 우리가 이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됐습니다.


A. 북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거냐 하는 문제는, 지금 논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사람이 죽으니깐 어떻게 빨리 살릴 거냐를 걱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물에 빠진 사람이라면 건져 놓은 다음에, 이후에도 물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다리를 놓는다거나 배를 더 크게 만든다든지 하는 걸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람이 물에 빠져 떠내려가는데 다리를 놓아야 한다. 큰 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북한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런 얘기를 하면, 초점이 흐려집니다. 사람이 굶어 죽는 현실은 없어져 버립니다. 북한에 비료공장을 세울 거야 세우지 않을 거냐, 북한의 농업을 개인 농업으로 전환할거냐 말거냐 이런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이것만 가지고 계속 토론하다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죽고 있다는 것을 놓치게 됩니다. 지금의 초점은 현재 사람이 죽고 있다는 데에 맞춰져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일단 살려 놓고 보자.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 살리려면 식량이 필요하다 이런 단순논리로 가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밥 먹거나 선물 받을 때, 어버이 수령님께서 주신 것이라 말합니다. 그런 걸 보면서 우리는 이상해 합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이 밥 먹을 때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종교화되어서 그런 것입니다. 우리가 그의 눈을 뜨게 해 주는 것이 목적이지 그가 눈뜨자마자 무엇을 맨 먼저 보느냐 하는 걸 가지고 시비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맨 먼저 의사보고 고맙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나님 보고 고맙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수령님 보고 고맙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처님 보고 고맙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아닙니까. 그것은 그 사람의 생각이니깐, 그것을 우리가 간섭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북한에서 한국으로 탈북난민이 만 삼천 명 정도 내려와 있는데 아직도 그렇게 하는 사람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제가 북한 사람을 만날 때도 비공식․비공개로 만나면 아무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둘이 만나면 김정일 찬양하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 그런 것은 통일에 아무 지장 없고 큰 문제가 아닙니다.






Q. 정부가 북한에 옥수수 5만 톤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A. 작년에 북한 정부가 수해가 났다고 공개를 하면서 도와달라고 했는데도 우리는 식량을 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해에 지원하기로 했던 식량 40만 톤이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북한도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우리한테는 더 이상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복구하는 데 필요한 시멘트나 철근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묘해서 수해났는데 음식이나 옷 같은 물자는 주고 싶어 해도, 정말 필요로 하는 시멘트나 철근은 선뜻 주고 싶지 않잖아요. 그러니 북한이 전략을 잘못 세운 거지요.


작년에 우리가 북한에 굶어죽는 사람이 생겨 식량을 지원해야 된다고 통일부에 몇 번 요청을 했더니, 통일부에서 북한하고 협의해서 추가로 중국산 옥수수 5만 톤을 더 주겠다고 합의를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 연말에 다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근데 중국에서 옥수수 수출을 하려면 수출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얻는 과정에서 연말에 못 들어가고 시간을 끌다가 선거다 뭐다 하면서 해를 넘겨버렸어요.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었는데, 사실은 바뀌어도 약속한 것은 줘야 되는데, 그냥 주지 않고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건 정부와 정부 사이의 약속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되든 관계없이 보내야 합니다. 이번 아사 사태하고 관계없이 그냥 보내야 하는데 보내지 않고 있다가 미국에서 식량 50만 톤을 준다고 하니까 한국정부가 적십자를 통해 북한에 옥수수 5만 톤을 주겠다고 통보했지만 응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북한에 아사자가 발생한다며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니까 공개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3주 전부터 옥수수 5만 톤을 준다고 했는데 북한이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못 줬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 책임이 아니라 북한 정부 책임이다. 준다고 해도 받지 않는 것을 보면 북한 식량문제가 그렇게 시급한 게 아니다. 정말 급하면 받아갈 텐데, 급하지 않으니까 받지 않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북한 주민이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부가 안 받은 겁니다. 또 아직 견딜 만 한 것이 일반 주민이 아니라 북한 정부입니다. 이렇게 북한 정부가 받지 않는 것은 식량난이 아직 덜 급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한 정부와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부는 몇 십만 명이 굶어죽어도 달라는 소리 안 할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북한 정부가 이런 여러 가지 남북 간의 갈등 상황에서 그 정도 제안에 응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충분히 감 잡을 수 있는데도 이걸 공개한 건 한국 정부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변명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태도는 북한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북한 정부가 잘한다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정부가 이래 주든 저래 주든 받아서 제 백성을 먹여 살려야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못 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재의 남북 관계로 봐서 북한 정부가 그걸 수용하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합니다.


우리의 진정성을 담으려면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거기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으니 그걸 해결하려면 얼마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애정을 가지고 지원해야 합니다. 50만 톤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20만 톤 정도는 제안해야 합니다. 그러면 북한도 조건 없이 나와서 이 문제를 갖고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되고. 한국 정부는 다른 조건을 붙이지 말되 모니터링은 국제협약사항이기 때문에 좀 더 요구해야 하고 북한 정부는 이를 수용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북한 정부를 보건대 옥수수 5만 톤 지원 제안을 저들이 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들은 옛날에 300만 명이 굶어죽었을 때도 우리 굶어죽습니다. 도와주세요 라고 말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주겠다는 것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아니면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있던지요. 지금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남북 양 정부가 서로 협력해서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대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