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맑고 향기롭게 회원으로 가입했었다. 2월달 신입회원 교육에 참가하고 3월이 되어서야 처음 참가한 자재정사 봉사활동은 내게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해주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니 모두가 이웃을 나의 몸이라 생각하며, 일심동체 자비를 베푸는 보살의 화신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재정사 봉사활동을 참가하고 느끼는 감정이 너무 많다. 이제 발을 담갔으니 열심히 함께 강을 건너는 동반자가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봉사하러 가기 몇일전부터 일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어린아이들이 소풍가는 날을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어른이 되어 이렇게 날짜를 기다리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토요일 일찌감치 장갑이랑 수건 등 가져갈 간단한 물건들을 챙겨 베낭에 넣어두었다. 옷은 무엇으로 입고가지? 일을 하려면 아무래도 몸이 편한 츄리닝이 좋겠다. 새벽일찍 일어나 언제나 그렇듯 예불을 올리고, 집사람이 깰까 조심조심 밥을 지어 아침밥을 챙겨 먹었다. 시간은 참 더디게 흘렀다. 어제 못본 신문을 펼쳐 읽었다. 언제쯤 집에서 나서야하나? 아무래도 늦으면 안될터이니 일찍 나서야겠다는 마음에 베낭을 메고 종종걸음으로 보라매 역을 향해 걸었다. 사당역 10번 출구. 한전 남부지점? 아~ 여기구먼. 한전건물 앞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시간을 재었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약속시간까지는 한시간이 넘게 남았다. '갑자기 시간이 왜 이리 가지 않는거야' 투덜거리며 시계만 자꾸 쳐다 보았다. 8시 10분쯤 어느 할머니 한분이 내 옆에 서 계셨다. 답답하여 팀장님께 삐리릭~ "이응조 인데요. 점심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팀장님이 오시나 안오시나 알아 보려고 점심은 어떻게 하는냐고 괜히 물었다. 옆에서 내 전화를 엿듣던 할머님이 "시간이 되면 모두 올거요"하신다. 으잉, 이 할머님도 자재정사에 봉사활동하러? 아니면 자재정사 양로원에 계시는 할머니이신가? "할머님도 자재정사 봉사활동 하러 가세요?" 하니 그렇단다. 아이쿠~야. 보살핌을 받아야 할 할머니 같은데..... 나중에 일하다가 연세를 여쭈어 보니 6학년 7반이란다. 첫 만남의 할머님. 이 할머님과는 점심시간에 모두들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인연이 되었다. 약속 시간 몇분전에 갑자기 봉사자들께서 모여들었다. 역시 노련한 여우와 늑대들은 초보 토끼와는 다르군. 팀장님과의 악수. 어느 형님(?)과의 인사. 조금은 낯설다. 카니발 3대에 분승하여 자재정사로 출발하니 햇살도 눈부시다. 자재정사가 어디 있을까? 맨 뒷좌석에 앉아 차가 달리는 도로를 살폈지만,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고 고개 빼고 쳐다보려니 고개만 아프고하여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40여분만에 도착한 자재정사. 시골의 한적한 풍경이 고향마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먼저 법당을 찾아 부처님께 삼배 올리며, 오늘 제게 자재정사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인연을 주심에 감사하고, 스스로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였으니,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이 마음 봉사활동을 그만두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지키겠다는 서원을 하였다. 봉사활동이 내게는 정말 재미있었다. 일을 하면서 이렇게 신나기는 처음이었다. 남자들에게 주어진 일은 후원 뒷뜰에 쇄석을 깔고, 적벽돌을 깐 마당에 있는 황토흙을 치우는 일이었다. 쇄석을 까는데 어느 나이드신 어른은 정말 묵묵히 열심히 하셨다. 어르신 뿐만 아니라, 모두들 열심이었다. 참 보기 좋았다. 쇄석 까는 일은 모두 합심으로 열심히 하니 생각외로 빨리 끝났다. 잠깐동안의 새참시간. 곡주를 못해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시간이 남아 황토흙을 치우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점심식사 후 법당에 들렀다 내려오니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눈치밥 10단이 사람들을 못 찾을까. 쇄석깔때 벽돌을 가져 나왔던 창고에 들어가니 그 곳에 방이 있다. 방에 들어가 보니 모두들 빙 둘러 앉아 있는 폼이 뭔가 이루어질 듯 한 느낌이다. 한쪽 구석을 찾아 앉으니 팀장님의 공지사항 전달. 잠시 후 신입회원이라며 저를소개하는데, 첫만남의 할머니께서 나를 아주 잘 안다는 듯한 말씀을 하셨다. 모두들 아는 사이냐고 물으니 아침에 제일먼저 만났다는 말에 모두들 박장대소했다. 시간이 부족하다. 언 황토흙을 삽질하기에는 무리라. 지렛대랑 햄머까지 동원해서 흙을 떼어내니 모두들 허리께나 휘었을 것 같다. 흙이 너무 많아 모두 치우지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떠나는 봉사자들을 지켜 보시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며, 고향 어머님이 떠나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모습처럼 보여 울쩍한 마음이 조금 들었다. 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서 보살의 얼굴을 보았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일이니 어찌 요령을 피우고, 게으름을 피우며, 찡그린 얼굴이었겠는가? 모두의 얼굴에서 밝은 빛이 나고, 웃음은 행복을 실어왔다. 봉사는 이타행의 실천이다. 육바라밀의 첫째는 보시요. 보시는 가장 지고지순한 행의 실천이다. 그래서 모두에게서 보살의 빛이 나온 것이다. 처음 참가하였는지라 아는 분들이 없었지만 한번 두번 참가하다보면 서먹함도 사라질 것이고, 나도 그때는 늙은 늑대로 변해 가겠지요. 다음에는 제몸이 좀 약하지만 마음이라도 좀 더 우직한 황소가 되리라. 자재정사 봉사자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팔다리 허리는 이제 괜찮죠?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