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한테 들어라
<무엇하는가?>
우리는 늘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당연시하면서 왜 이 일을 하는지
전혀 의문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왜 절에 다니는가?’
‘기도는 무엇때문에 하는가?’
책읽기 시간에 맞춰 극락전 계단을 오르다 보니
화단에 가득한 보랏빛 야생화가 아침바람에 살랑입니다.
순간 길상사다움이랄까?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주변을 감싸는듯 했습니다.
비록 화단에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꽃이지만
꽃 자체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의 모습에
있는 그대로 몰입하고 있는 순간의 고요함이였을까…
아니, 어쩌면
꽃을 심은 그 누군가의 마음자리가 이리 순수하게
몰입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상과 하나가 되는 타성일편(打成一片)의 경지.
한 곳에 순수하게 몰입하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바느질하는 어머니들의 모습.
두 손 모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
좌선이나 기도를 할 때는 삶 전체가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10년을 해야 일가(一家)를 이룬다고 합니다.
무얼하던지 순수하게 몰입하고 지속하게 되면
내가 하는 일과 내 자신이 하나를 이루게 됩니다.
이 것이 살아있는 부처의 모습이자
깨어있는 보살의 모습입니다.
내가 왜 절에 다니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기도를 하는지,
이러한 몰입과 지속의 시간을 통하여
스스로 알아차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운재청천수재병(雲在靑天水在甁)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
-약산스님-
진리란, 불교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 집안에서 내 일상에서
내가 부딪치는 인간관계에서 바로 도(道)가 있고
진리가 있고 불법이 있습니다.
오월의 봄도 다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쪼로롱 뽀로롱‘ 이름 모를 새가 날아오더니
보랏빛 고요한 길상 화단 위를 휘익!
한바퀴 돌며 지나갑니다.
<한 곳에 몰입하고 있는,
순수하게 몰입하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없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속 뜰을
활짝 열어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 보라색 야생화의 이름은 꿀꽃 이라고 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