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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25-05-29

    법정스님 책읽기 모임 5월 27일 후기

본문

꽃한테 들어라


<무엇하는가?>


우리는 늘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당연시하면서 왜 이 일을 하는지

전혀 의문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왜 절에 다니는가?’

‘기도는 무엇때문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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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시간에 맞춰 극락전 계단을 오르다 보니

화단에 가득한 보랏빛 야생화가 아침바람에 살랑입니다.

순간 길상사다움이랄까?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주변을 감싸는듯 했습니다.

비록 화단에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꽃이지만

꽃 자체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의 모습에 

있는 그대로 몰입하고 있는 순간의 고요함이였을까…

아니, 어쩌면

꽃을 심은 그 누군가의 마음자리가 이리 순수하게

몰입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상과 하나가 되는 타성일편(打成一片)의 경지.

한 곳에 순수하게 몰입하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바느질하는 어머니들의 모습.

두 손 모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


좌선이나 기도를 할 때는 삶 전체가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10년을 해야 일가(一家)를 이룬다고 합니다.

무얼하던지 순수하게 몰입하고 지속하게 되면

내가 하는 일과 내 자신이 하나를 이루게 됩니다.

이 것이 살아있는 부처의 모습이자

깨어있는 보살의 모습입니다.

내가 왜 절에 다니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기도를 하는지,

이러한 몰입과 지속의 시간을  통하여 

스스로 알아차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운재청천수재병(雲在靑天水在甁)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

                  -약산스님-


진리란, 불교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 집안에서 내 일상에서

내가 부딪치는 인간관계에서 바로 도(道)가 있고

진리가 있고 불법이 있습니다.


오월의 봄도 다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쪼로롱 뽀로롱‘ 이름 모를 새가 날아오더니 

보랏빛 고요한 길상 화단 위를 휘익! 

한바퀴 돌며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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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몰입하고 있는,

순수하게 몰입하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없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속 뜰을

활짝 열어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 보라색 야생화의 이름은 꿀꽃 이라고 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