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일천강에 비치리

귀를 내놔 봐라

맑고향기롭게

2011-07-01

*** 귀를 내놔 봐라 ***

1962년 봄,
나그네는 경남 통영 미래사(彌來寺) 토굴에 주석하고 계시는
효봉(曉峰) 노스님을 친견하기 위해 광양 백운산 상백운암(上白雲庵)에
입산한 후, 첫 나들이로 낯선 미륵산 미래사를 찾아갔다.
노스님께서 좋아한다는 찰떡을 한 걸망 짊어지고
마음속에 그리던 노스님을 친견하러 갔다.

울창한 편백 숲 사이로 아담하게 자리한 미래사는
은사이신 구산(九山)스님께서
석두 상노사(石頭上老師)와 효봉 노스님을 모시기 위해서
창건한 효심 어린 절이다.

6·25사변으로 해인사 가야총림이 해산되자
이곳으로 피난 왔다가 건립한 절이었다.
아담한 삼간 토굴은 향긋한 편백 숲 오솔길 따라
양지바른 곳에 자리해 있었고,
잔잔한 남해바다가 손에 잡힐 듯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울린
정겨운 도량이었다.

노스님을 처음 뵙자,
위엄과 자비를 갖춘 도인다운 풍모가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은사스님의 문안 인사를 노스님께 올리며 삼배를 드렸더니,
노스님은 이내 나그네의 이름과 생년월일(生年月日)을 대뜸 묻지 않는가!

"그래, 잘 왔다. 네 이름이 무어라고? "
"네, 노스님! 검을 현(玄), 범 호(虎), 현호(玄虎)라고 합니다. "
"뭐! 현호? 검은 호랑이라, 이름 값을 해야겠구먼…. "
"네, 노스님! 하지만 이름 값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러 주십시오. "

마치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한테 어리광을 피우듯
간절히 법문(法門)을 청했다.

"뭐, 법문을 듣고 싶다고? "
"네, 노스님! "

"그럼, 법문을 들을 귀를 내놔 보아라. "
나그네는 뜻밖의 질문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네 이놈! 어서 법문을 들을 귀를 내놔 봐! "
얼떨결에 그만 오른쪽 귀를 내보이면서,
"여기 있습니다. "하자
"그 귀말고! " 하신다.
다시 왼쪽 귀를 내밀자,
"그 귀도 말고! " 하며 마구 다그치신다.

"노스님! 이 두 귀말고 또 무슨 귀를 내놓으란 말씀이십니까? " 라고
반문하자,
"이놈이 둔마(鈍馬)는 과연 둔마로군. " 하시지 않는가!
" …… "

그렇다.
주인의 뜻을 알아차려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는 말을
준마(駿馬)라 하고,
주인의 말귀를 알아차리면 양마(良馬),
주인의 뜻도 말귀도 알아차리지 못하면 둔마라 한다.

하기에 자기의 주인공(主人公)인 자성을 분명히 깨달을 때
비로소 둔마를 면하게 된다.
그럼 무엇이 보고 듣고, 묻고 대답하는가?
이것이 무엇인고? 이 뭣고?
대장부 일대사를 요달하라는 간절한 노스님의 심지법문(心地法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금년에는 효봉 노스님의 추모법회일을 기하여
노스님의 법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뜻 있는 문도들과 신도들이 현전승보(現前僧寶) 양성을 위한
취지와 목적으로 "효봉장학회(曉峰奬學會) "를 발족하고
그 장학생을 선발한다니 기쁜 마음 그지없다.


- 현호스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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