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찾은 스님

김제동의 내 인생의 책 - 일기일회

맑고향기롭게

2016-01-10

입력 : 2014.03.31 21:59:32 수정 : 2014.04.01 10:05:11

▲ 일기일회 | 법정

얼마 전부터 이 책을 다시 읽고 있다. 법정 스님의 법문을 모아 놓은 이 책을 보노라면 벚꽃이 흩날리는 날 길상사 법당 옆 나무 밑에 자리 깔고 앉은 수백명의 사람들이 눈에 선하다. 스님은 떠나시기 전 말빚, 글빚을 지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그 글 덕분에 요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님의 책에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도 있고 사람들을 향한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애정도 있다. 혼자 계시면서도 늘 사람들을 걱정하던 모습이 법문 곳곳에 나타난다. 외람되지만 어떻게 하면 홀로 있을 때 고독감을 덜 느끼고, 스님처럼 내부의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돌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요즘 내 화두다. 그래서 한편으로 법정 스님의 그런 부분이 무척 부럽기도 하다. 따뜻한 자비와 매서운 가르침을 어쩌면 그리도 조화롭게 베푸셨는지 무척 닮고 싶다.

스님은 법문 곳곳에서 끊임없이 화두와 질문을 던지라고 하신다. 나는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물어보라신다. 어렵고 무겁고 추상적인 주제 같다가도 가끔 이런 질문을 내게 던져보면 아주 세세한 내 감정의 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요즘 느끼는 외로움의 밀도는 많이 깊어졌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많이 슬프지는 않다. 예전엔 외로우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외로운 내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홀로 있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기도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소속감과 함께 지지와 격려를 받고 싶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조화되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감정을 오가며 어느 하나 놓지 못하는 내 감정을 바라보는 일에 이 책은 꽤 많은 도움을 준다. 그나저나 이러다 출가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출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닐 거다.